통계청 '9월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올해 2월 이후, 원치 않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뒤 여전히 무직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 138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반강제 퇴직자들인 셈인데 산업별로는 대면 서비스업에서, 연령별로는 20대에서 특히 피해가 컸다.
"비자발 퇴직, 재취업자 합치면 훨씬 많을 것"
26일 한국일보가 통계청의 9월 고용동향 원자료(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취업자가 아닌 1,781만7,000명(비경제활동인구+실업자) 가운데 올해 2~9월 퇴직한 사람은 284만7,000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8% 늘어난 규모다.
이 가운데 원치 않는 이유로 퇴직한 사람은 전년 대비 53.0%(47만8,000명)나 늘어난 137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9월까지 무직 상태가 유지된 사람만 집계한 것으로, 다행히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까지 포함한다면 실제 코로나로 인한 고용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비자발적 퇴직자가 2~9월 전체 퇴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6.3%에서 48.4%로 상승했다.
비자발적 퇴직자란 통계청 고용조사에서 ‘일을 그만둔 사유’로 △직장의 휴업ㆍ폐업 △명예퇴직ㆍ조기퇴직ㆍ정리해고 △임시 또는 계절적 일의 완료 △일거리가 없어서 또는 사업 부진 등 4개 항목을 택한 경우를 말한다. 반대로 △개인ㆍ가족적 이유 △육아 △가사 △작업여건 불만족 등은 자발적 퇴직에 해당한다.
"코로나로 사라진 일자리,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수도"
특히 지난달 무직자 중 2월 이후 '직장의 휴업ㆍ폐업'으로 실직했다는 사람은 21만5,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배 급증했다. 명예퇴직ㆍ조기퇴직ㆍ정리해고로 일자리를 잃었다는 사람도 1년 사이 2.2배 이상 늘어난 30만1,000명에 달했다. 일거리가 없어서 또는 사업 부진(37만5,000명), 임시 또는 계절적 일의 완료(48만7,000명)로 인한 실직자 역시 각각 30.5%, 27.4% 증가했다.
원치 않는 퇴직은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대면 서비스업에서 주로 발생했다. 2~9월 비자발적 퇴직자 가운데 직전에 숙박ㆍ음식점업에 종사했다는 사람은 21만4,000명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1% 늘어난 규모다.
도소매업에서 강제 퇴직한 사람도 80.5% 증가한 16만4,000명이었으며, 교육 서비스업 증가폭은 156.3% 이르렀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영향이 작았던 제조업에서도 비자발적 퇴직자가 1년 사이 39.6% 늘었다.
연령별로는 50대에서 33만8,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만 50대는 연령 특성상 지난해에도 22만1,000명이 원치 않게 일자리를 잃어 증가율은 52.7% 수준이었다. 반면 20대 비자발적 퇴직자는 올해 31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만9,000명)의 두 배에 달했다. 20대는 특히 '임시 또는 계절적 일의 완료'로 15만7,000명이나 실직해 임시직에서 고용 충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용 충격이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코로나19로 사라진 일자리 상당수는 사회구조 변화 속에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면서 "정밀한 고용 추이 분석을 통해 일자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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