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 전망
굵직한 이슈 많아 개별 종목 들썩일수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주가 향방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계열사 대부분이 코스피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업종 '대장주'들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선 단기적으로 주가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지분 상속 등 삼성그룹 전반의 지배구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종목 별로 차별화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삼성그룹株 향방 "별다른 영향 없을 것"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이 보유한 상장주식은 총 18조2,251억원(지난 23일 종가 기준) 규모다. 이 회장은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전자(4.18%)를 비롯해 삼성전자우(0.08%), 삼성SDS(0.01%), 삼성물산(2.88%), 삼성생명(20.76%) 등을 보유했다.
증권업계에선 이 회장 별세가 당장 계열사 주가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2014년 5월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뒤 최소 6년 이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는 데다, 사망 발표 자체가 그룹을 둘러싼 해결과제들이 내부적으로는 어느 정도 정리됐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유에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뉴스가 주가에 영향을 주기 마련인데 이 회장 사망은 주식시장에서 놀라운 뉴스는 아니었다"며 "그룹 전반의 주가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6년 '이건희 사망설' 당시 삼성물산 주가가 장중 8%대 급등한 것과 같은 일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사실상 기정사실로 여겨졌던 오너의 사망 자체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기업의 실적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인데다, 특히 삼성의 주력사인 삼성전자의 향후 실적에 의심을 갖는 시각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상속세, 재판리스크... 개별 이슈에 달릴 듯
하지만 그룹 지배구조나 상속세 등 대형 이슈들이 산적해 있는 탓에 개별 계열사들의 주가 흐름에 만만치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 회장 별세에 따른 지분 상속과 여당의 보험업법 개정안 등 지배구조 개편 이슈까지 불거진다면 관련 종목들의 주가는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 부회장 등 상속인들이 이 회장의 재산을 물려 받으면서 내야 할 상속세가 10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여 일부 보유 지분 및 배당정책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상속인들이 가진 보유 현금 등으로도 10조원이 넘는 세금을 납부하기 힘들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관련 보고서에서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은 배당수입과 삼성그룹 지배력 유지 측면에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에 집중될 것"이라며 "여타 지분을 처분해도 부족한 재원은 삼성전자 배당 정책 강화로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사실상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 나서고 배당 확대까지 이어진다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지호 센터장은 "상속 및 지배구조와 관련한 세부적인 이슈에 대한 불확실성은 다소 커진 상황이지만 (이 회장 사망 공식화 이후) 개별적 이슈들에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여 주식시장도 이에 따라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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