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숙박 1년에 절반만 영업하라고? 전문가 4명 중 3명 "불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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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숙박 1년에 절반만 영업하라고? 전문가 4명 중 3명 "불합리"

입력
2020.10.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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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숙박업자 vs 모텔 사업자 '내국인 숙박' 갈등
정부 "전면 허용하는 대신 180일 제한" 절충안
관광학계 "공유숙박ㆍ모텔 경쟁관계 아니다"

서울과 가까운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두 사람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서울 근처이면서도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에어비앤비의 설명이다. 에어비앤비 제공

내국인 대상 도시 지역 공유숙박(도시민박업)의 허용을 두고 정부와 업계 사이 갈등이 커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연간 영업일을 최대 180일로 제한한다는 규제안이다.

정부가 기존 숙박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내놓은 절충안인데, 공유숙박업계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과도한 규제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유숙박이라는 사업 모델을 기존 숙박업과 경쟁 관계로 보는 시각부터 잘못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규제 사각지대' 공유숙박... 정부 중재 나서

에어비앤비와 게스트하우스 등 공유숙박업은 국내에선 사실상 불법이나 다름 없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내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유사 민박업은 한옥체험업과 농어촌민박뿐이다. 읍ㆍ면ㆍ리를 제외한 도시 지역의 민박업은 외국인 투숙만 허용돼 왔다. 이런 가운데 공유숙박 산업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국내에서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결국 정부가 신ㆍ구 숙박업계와의 논의를 중재하고 나섰다.

25일 정부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는 '한걸음 모델 상생조정기구'는 연내 상생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기구엔 이해당사자인 공유숙박업계와 대한숙박업중앙회 등 모텔업계가 참여하며, 정부가 중재를 맡고 있다. 이 기구는 지금까지 4차례 회의를 열어 의견을 나눴고 28일 5차 회의를 앞둔 상태다. 그러나 '실거주 조건으로 도시민박을 허용하되, 영업일을 1년에 180일로 제한하자'는 정부안의 핵심 조항을 두고 시각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업계 "이득 없이 부작용만 생길 것... 과도한 규제"

공유숙박업계는 이 조항이 해외에서 유사 사례를 찾기 힘든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에는 영업일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과 달리 숙박 공급자가 실거주 하지 않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본인이 직접 살지 않는 두 번째, 세 번째 집에만 제한을 두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에도 120일 영업일 제한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파리 20개구 가운데 관광밀집지역인 4개구에만 해당된다.

무엇보다 실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게 문제다. 한 민박업자가 여러 공유 사이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정부가 180일 초과 여부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실제 일본의 경우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집에 대해 180일 영업일 제한을 두고 운영을 해왔는데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내년부터 전면 수정에 나설 방침이다. 데이터 취합 및 제한 조치 과정에서 최소 1개월이 소요된 것은 물론, 영업일 초과 숙소에서 대규모 예약 취소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업일을 180일로 제한할 경우 신규 시장 진출을 고려하는 예비사업자들이 아예 사업 시작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혁신성장, 4차 산업혁명을 내세우면서 직업이 아닌 취미생활을 장려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공유숙박 쟁점


학계서도 4명 중 3명 "영업일 제한 불합리"

관광학계에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우세하다. 실제 경희대 관광산업연구원이 이달 16~20일 관광학 교수 및 연구원 121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영업일수 180일 제한'에 "매우 합리적이지 않다"는 응답이 35.5%, "별로 합리적이지 않아 보인다"는 응답 또한 38.8%였다. 전문가 4명 중 3명은 영업일 제한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공유숙박업과 모텔업을 경쟁 관계로 보는 시각부터 잘못이란 의견도 있다. 이슬기 세종대 호텔관광대 교수는 22일 전문가 간담회에서 "2018, 2019년 한국관광공사 조사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공유숙박 등) 대체숙박 가격이 변할 때 일반 숙박업 수요가 유의하게 변하지 않았다"며 "대체 숙박과 일반숙박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정대준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협회 사무국장은 “숙박업중앙회 소속 업체의 객실은 90만개지만, 전국 공유숙박업소 객실은 6,000~7,000개뿐"이라며 "1%도 되지 않는 공유숙박이 위협 대상이 될 수 있느냐”고 강조했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관광대 교수도 "젊은 층이 공유숙박을 이용하는 것은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 '일상생활 경험'이라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 때문"이라며 "기존 모텔과 수요층이 다르다"고 말했다.

기재부 "다른 대안도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영업일 제한이 규제 완화의 조건이었기 때문에 손을 대는 것을 꺼려하는 입장이다. 올해 5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도 도시민박업 조건으로 연 180일 영업 제한이 언급된 바 있고, 지난해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한 한국형 공유숙박 스타트업 '위홈'에도 같은 조건이 붙었다.

하지만 전문가들까지 나서서 '180일 제한'에 반대하면서 일부 손을 댈 필요성도 고려하는 모습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존 업계는 내국인 공유숙박 자체에 반대하고 있고, 공유숙박업계는 365일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180일 제한이라는 기존 정부안을 놓고 대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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