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아시아나항공 '한반도 일주' 비행 가보니
"비행기에서 파란 하늘을 보니 조금이나마 위안이 됩니다."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A380기 안. 손자와 함께 넋놓고 창밖을 바라보던 오혁근(72)씨는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이날 승객 298명을 태운 아시아나항공 OZ8999편은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여행에 목말랐던 승객들에게 오랜만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특정 지역에 발을 디디지 않고 한반도 상공을 둘러보며 각종 비행 서비스를 누리는 상품이었다.
이날 항공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항공사들이 신종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기착지 없이 국내 상공을 돌며 승객들에게 비행 경험을 제공하는 '한반도 일주' 대안 상품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의 'A380 한반도 일주비행' 상품도 사내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번 비행 상품은 인천공항을 출발, 강릉과 포항, 김해, 제주 상공을 지난 뒤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운행된다. 승객들은 파란 하늘과 함께 동해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 보며, 푸짐한 한끼 식사를 즐겼다. 승무원들은 방호복과 고글, 라텍스 장갑을 착용한 채 기내식을 승객들에게 제공했고 중간에는 승객들을 위한 경품 추첨 행사도 진행됐다.
항공사 측은 방역당국의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기 위해 만전을 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탑승 전 방역 안내 문자 사전 발송이 이뤄졌고, 탑승 전 체온 체크 및 기내 거리두기 좌석배치 등을 통해 밀폐된 공간에서의 전파를 방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기내 가용좌석 중 298석만 판매하는 방식이다. 또 비행중 의심환자 발생에 대비한 별도 격리공간 마련 및 방호복 탑재 등 안전한 여행을 위한 다양한 조치들을 수행했다.
이날 비행의 하이라이트는 이륙한 지 한시간쯤 지났을 때였다. 비행기가 제주 상공을 지나자 창밖으로 제주도의 푸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승객들은 창밖의 한라산 백록담과 성산 일출봉을 바라보며 탄성을 내질렀다. 대구에서 온 홍성민(42)ㆍ조향미(40) 부부는 "한라산을 상공에서 보는 건 처음"이라며 "함께 온 아이도 너무 좋아한다"며 미소지었다.
그동안 신종 코로나로 여행을 가지 못했던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은형씨는 "평소 초등학생인 아들이 비행기를 좋아한다"면서 "경제적 부담이 되지만 아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혜린 승무원은 "오랜만에 설렘 가득한 승객분들의 환한 미소를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며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돼 기내에서 더 많은 분들께 여행의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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