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0.19~23
8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지내온 30대 남성에 △수면제인 ‘졸피뎀’은 걷고 대화하면서 간편식 주문까지 가능하게 한 2시간의 기적을 선물했다.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이지 못하면서 실망감을 안겨줬던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는 사상 최대 3분기 실적으로 다가왔다. △최태원 SK그룹회장은 인텔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에 국내 최대 규모인 10조원의 ‘통 큰 베팅’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반면 살인적인 일감에 묻혀 ▽끝내 가족들과 이별한 택배 노동자들에겐 안타까움만 쌓였다. 헌법기관인 감사원 감사를 방해하면서 ▽월성 원전 자료를 삭제하고 ‘꼬리 자르기’에 나선 산업통상자원부는 논란만 부추겼다. 국내외에서 잇따라 ▽발열이나 발화 현상을 불러 일으킨 애플 스마트워치 ‘애플워치SE’는 누리꾼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상한가
●8년 ‘식물인간’ 깨운 수면제
질문에 눈만 깜빡이는 게 전부였다. 자발적으로 움직이거나 대화도 불가능했다. 음식물 섭취는 튜브를 통해서만 가능했다. 그렇게 보낸 세월이 무려 8년이다. 불과 31세부터 고기를 먹다가 목이 막혀 질식, 뇌 손상과 함께 ‘식물인간’으로 살아야만 했던 39세의 네덜란드 남성 얘기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던 그에겐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에서 수면제 ‘졸피뎀’이 투약됐다.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지만 수면제가 혼수상태 환자를 깨웠다는 연구 논문들에 기댄 의료진의 조치였다. 간절한 열망이 통했을까. 이내 반전도 연출됐다. 수면제를 복용한 이 남성은 불과 20분 만에 간호인의 도움으로 걷기 시작했고 10년 가까이 끊겼던 부친과 전화 연결도 성공했다. 간편식 주문과 더불어 간호사에겐 휠체어 작동 방법까지 문의했다. 비록 2시간 동안의 기적이었지만 지난 21일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에 소개된 이 남성의 소식은 혼수상태에 빠진 전 세계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아쉽게도 5일 연속 복용할 경우, 생겨난 내성에 수면제 효과가 급감하면서 지속성이 떨어졌지만 희소식임엔 분명했다. 의료진에선 뇌 손상 이후 신체와 언어, 음식 섭취 등에 대한 통제 능력을 상실했는데 졸피뎀이 일시적으로 이 환자의 신체 제어 능력을 높여준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의료진은 이에 2, 3주 간격으로 시기를 조절해 졸피뎀을 투약, 서서히 회복시키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분기 매출 사상 최대, 10조원 쓸어간 테슬라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당초 예상했던 혁신 보단 마케팅 강화 방침에 실망감도 컸지만 기대이상의 성적표는 불안감을 불식시키기엔 충분했다. 지난 9월, 기대했던 혁신 없이 김빠진 ‘배터리데이’로 우려를 자아냈던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사상 최대 실적으로 화답하면서다. 테슬라는 지난 21일 올 3분기에 매출 87억7,000만달러(약 9조9,410억원)와 순이익 3억3,100만달러(약 3,75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의 완성차 업계가 적자에 빠진 반면, 테슬라는 5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3분기 글로벌 판매량 역시 역대 분기 최대치인 13만9,300대를 기록했다. 중형 세단 ‘모델3’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 선전에 ‘탄소배출권(크레딧)’ 판매 수익도 테슬라의 실적 향상을 견인했다. 3분기에만 전체 매출의 5%에 해당하는 3억9,700만달러(약 4,505억원)의 크레딧이 판매됐다. 캘리포니아 등 미국내 13개 주는 친환경 자동차 생산량에 따라 자동차 제조업체에게 크레딧을 부여한다. 테슬라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좀 더 어려워지긴 했지만, 50만대 전기차 납품은 여전히 우리의 목표"라며 "보급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 판매와 중국 상하이 공장 생산량에 (목표 달성 여부가) 달려있다"고 전했다.
●‘통 큰 10조 베팅’ 나선 최태원
2012년 상황도 비슷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앞날은 불투명했고 계열사 형편 또한 어려웠다. 적지 않은 투자였기에 주변의 반대는 극심했다. 확신이 필요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까지 초빙해 ‘열공’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3조4,267억원에 하이닉스반도체를 품은 최 회장의 뚝심 스토리다. 현재 SK그룹의 효자로 올라선 SK하이닉스의 탄생 비화다. 그로부터 8년. 아이로니컬하게도 하이닉스를 품었던 당시와 환경이 유사하다. 코로나19 여파에 불확실성은 커졌고 계열사 상황 역시 여의치 않다. 하지만 최 회장은 또 다시 ‘통 큰 베팅’에 나섰다. 이번엔 쏟아낼 실탄만 90억 달러(10조3,104억원)다. 인텔의 메모리반도체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합병(M&A) 비용이다. 국내 M&A 사상 최대 규모다. 지금 보단 미래에 대한 투자로 보인다. 낸드플래시로 만든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는 데이터 저장장치로 서버와 컴퓨터(PC), 게임기 등에 주로 쓰인다. 코로나19로 급부상한 비대면(언택트) 수요 확산에 힘입어 몸값이 급증한 품목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231억달러였던 세계 SSD시장 규모는 올해 326억달러로 41%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뚝심경영’과 함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낸 최 회장이었기에, 벌써부터 이번 초대형 M&A가 가져올 변화에 이목이 쏠린다.
▼하한가
●끝내 귀가 못한 택배기사
출근은 했지만 끝내 돌아오진 못했다. 살인적인 일정에 막혀서다. 실제 그의 근무 일지에선 쉬어갈 틈이 눈에 띄지 않았다. 10월 12일 오후 4시 출근 후 15일 오후 2시 귀가까지 22시간을 일하고 집에서 쉰 시간은 고작 2시간. 15일 오후 4시부터 17일 오후 1시까지, 다시 18일 오후 2시부터 19일 오후 12시까지 일한 그는 19일 오후 5시 출근 이후 사랑하는 가족들과 이별을 해야만 했다. CJ대한통운 곤지암터미널에서 택배노동자로 일하던 고(故) 강모(39)씨의 근무 일지다. 고인은 20일 밤 11시50분경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다음날 새벽 1시쯤 세상을 떠났다. 회사측에 ‘1위 물류기업’이란 타이틀을 얹어준 대신 장시간 노동에 이어진 그의 생명권과 건강권이 헌납된 결과다. 최근 코로라19가 장기화되면서 택배 물량은 급증한 상태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에 따르면 올해에만 현재까지 이렇게 과로로 사망한 택배기사는 13명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를 지적하면서 “열악한 노동자들의 근로 실태 점검과 근로 감독을 더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뒤늦게 고개를 숙인 CJ대한통운에선 과로의 주원인인 택배 분류작업 지원에 별도 인원 4,000명 투입과 산재보험 100% 가입, 매년 건강검진 시행 등의 대책을 내놨다.
●원전 자료 없애고 ‘꼬리’ 자른 산자부
사실상 범죄다. 단독 범행이든, 조직적 개입이든, 헌법기관의 감사 방해 행위는 정당화 될 순 없다. 은밀하게 진행됐던 데다, 범행 장소가 정부 기관이란 점에서 충격은 더했다. 지난 20일 ‘월성 1호기 감사보고서’에서 드러난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의 고의적인 감사 방해 행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산업부 직원은 공휴일(일요일) 밤 빈 사무실에서 컴퓨터에 저장됐던 월성 1호기와 관련된 444건의 자료를 삭제했다. 현행 감사원법에선 감사를 방해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산업부 해명은 궁색하다. 감사원 폭로에 산업부는 "해당 직원 스스로 판단해서 한 것"이란 면피성 입장이 고작이다. 직원의 감사 방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장관 등 상급자 지시는 없었단 얘기다. 하지만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란 비판은 비등하다. 산업부의 이런 공식 발표에 내부 직원들조차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지키려고 산업부 말단 직원이 혼자서 온 몸으로 막았다는 의미냐”에서부터 “윗선에서 책임을 말단 공무원에게 전가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업무에 어느 직원이 나서겠느냐”, “앞으로 위에서 지시해도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결제부터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등으로 볼멘소리는 다양하다. 경위와 무관하게 산업부의 감사원 감사 방해 행위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화재 에디션’된 ‘애플 워치’?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알려진 게 벌써 10여대다. 지난달 애플이 출시한 보급형 스마트워치 ‘애플워치SE’에서 나온 발열이나 발화 현상이다. 사고는 해외에서도 접수되고 있다. 지난 20일엔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보고되면서 소비자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3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아이폰이 없는 어린이이나 노인들에게 적합하다고 광고해 온 제품이 순식간에 불덩이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보고된 증상은 대부분 비슷하다. 갑자기 기기가 뜨거워지면서 액정 오른쪽 상단 부분이 노랗게 녹아 내리거나 화면이 먹통으로 변한다. 충전 이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일각에선 과거 배터리 과열로 대규모 리콜에 들어갔던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를 떠올린다. 하지만 하지만, 액정이 녹아내린 위치가 배터리와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개연성은 떨어진단 시각도 제기된다. 대부분의 피해가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국내 공급용 제품을 만드는 특정 공장의 제조공정상 문제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애플은 태평하다. 사태 발생이 1주일이 지나가는 상황 속에서도 회사 차원에서의 별 다른 조치가 없다. 기기에 문제가 생긴 소비자들만 개인적으로 서비스센터에서 환불이나 교환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은 애플코리아에 애플워치SE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일보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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