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굿바이 '조금박해'

입력
2020.10.23 18:00
22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장파 그룹인 '조금박해' 4인방.

더불어민주당 소장파 그룹인 '조금박해' 4인방.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에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금태섭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자 거대 여당의 협량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 계파 싸움으로 시끄러웠던 민주당은 지금 친문 일색으로 재편돼 있다. 친문 지지를 얻지 않으면 최고위원 당선도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그나마 ‘조금박해’(조응천ㆍ금태섭ㆍ박용진ㆍ김해영)가 소장파 역할을 해왔지만, 21대 총선에서 조응천ㆍ박용진만 재선에 성공한 데다 그나마도 금태섭이 당을 떠나면서 더 외로운 목소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남은 이들이 서 있는 자리는 척박하다. 소장파의 퇴장에 의원들은 ‘앓던 이 빠져 홀가분하다’는 분위기이고, 친문 지지자들은 “가는 길에 박용진ㆍ조응천도 데려가라”고 악담을 퍼붓는다. 의원 개인의 소신을 이유로 한 시대착오적 징계에 대한 반성은 찾아볼 수 없고, 합리적인 자기반성마저 ‘내부 총질’로 모는 비민주성에 대한 문제 의식도 전무하다.

□한국 정치에서 소장파로 유명한 건 16대 국회 때 열린우리당 '천신정'(천정배ㆍ신기남ㆍ정동영)과 한나라당 ‘남원정’(남경필ㆍ원희룡ㆍ정병국)이다. 그 이후로도 현 여당 계열에선 아침이슬(17대) 진보행동(18대) 통합행동(19대)이 활동했고, 현 야당 계열에선 새정치수요모임(17대) 민본21(18대) 경제민주화실천모임(19대)으로 맥이 이어졌다. 다만 20대 국회의 경우 ‘진박 공천’ 의원이 대거 배출되면서 새누리당에선 소장파의 명맥이 사실상 끊겼다.

□“한 마리 제비로는 능히 당장에 봄을 이룩할 수 없지만 그가 전한 봄, 젊은 봄은 오고야 마는 법, 소수의견을 감히 지키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고 민문기 대법관이 197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소수의견에서 남긴 말이다. 소수의견의 존재의의를 잘 보여주는 이 명언은 왜 획일화된 정치가 아니라 다양성을 반영한 정치여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이견을 허용하지 않고 특정 세력이 좌지우지하는 당의 미래는 암울하다. 친박의 독주와 내부 자정 기능의 상실은 결국 박근혜 탄핵으로 이어졌다. 남아 있는 ‘조박해’의 어깨가 무겁다.


김영화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