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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사망 연관성 희박'하다지만…안전성 입증 3가지 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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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사망 연관성 희박'하다지만…안전성 입증 3가지 전제

입력
2020.10.23 20:00
수정
2020.10.23 22: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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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동일제조백신②부검조사③제조시스템 신뢰
정부 백신접종사업 목표대로 끌어가기 위해선
이들 과제 풀며 국민에 백신 안전 이미지 심어야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22일 경기 수원시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시민들에게 접종할 백신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22일 경기 수원시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시민들에게 접종할 백신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한 후 사망했다고 신고된 사례가 40건 가까이 치솟으면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정부가 트윈데믹(코로나19와 독감 동시유행)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3,000만명 접종을 목표로 한 올해 독감백신접종 사업을 정상적으로 마감하려면 '백신의 안전성'을 하루빨리 증명해내는 게 중요하다. 단지 '백신과 사망 사이의 연관성이 희박하다'는 수준의 전문가 입장과 정부의 시그널만으로는 백신으로부터 멀어지는 국민을 붙잡을 수 없는 노릇이다.


①동일 제조번호 백신에서 비롯된 사망은 우연?

백신의 안전성을 공히 인정받기 위해선 우선 '동일 제조번호'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이상반응을 겪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같은 백신 제조사가 같은 조건 아래 생산한 백신에는 동일한 제조번호(로트번호)가 부여된다. 하나의 제조번호 당 보통 15만 도즈(1도즈는 1회 접종분)의 백신이 생산되는데, 만약 신고된 사례 중 특정 제조번호의 백신을 맞은 사망자가 두드러지게 많다면 일단 해당 백신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의심할 수 있다.

22일까지 질병관리청에 신고된 사망자들이 맞은 백신의 제조사와 제조번호는 다양하다. △보령플루 △지씨플루 △코박스인플루 △플루플러스 △SK바이오스카이셀플루 △스카이셀플루 △박씨그리프 등 특정 제품에 편중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사망자들은 동일 제조번호 백신을 접종했다. 제조번호가 동일한 4개의 백신(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 Q60220039, 플루플러스테트라 YFTP20005, 스카이셀플루4가 Q022048, 스카이셀플루4가 Q022049)을 각각 2명씩(총 8명이) 접종 받았다.

일단 전문가들은 신고된 사망자 2명이 같은 제조번호의 백신을 맞았다고 안전성을 의심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본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 제조번호의 백신을 15만 명이 맞고 그 중 10명~20명이 이상반응을 보고했다면 해당 제조번호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2명이 동일한 제조번호 백신을 맞은 것은 확률적으로 거의 랜덤(무작위)에 가깝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제조번호가 편중돼 있지 않다는 것은 오히려 백신이 아닌 환자의 기저질환 등 다른 데서 사망의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②부검 결과로 '안전' 밝히려면 시간 오래 걸려

과학적으로 백신의 안전성을 증명하는 가장 유효한 방법은 부검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다. 질병청 예방접종피해조사반장인 김중곤 서울대 명예교수는 부검 결과의 의미에 대해 △백신이 어떤 영향을 줬는지 △(백신이 사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는지 △기저질환이 어떻게 진행돼 있었는지를 확인해준다고 밝혔다. 급작스러운 면역반응인 '아나필락시스' 등의 독감백신 부작용이 부검 결과에서 나오지 않으면 백신에 대한 공포 분위기는 금세 가라앉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다. 16일 사망이 신고된 인천 고교생의 경우 22일 경찰의 부검 결과 '백신이 사인이 아니다'는 답이 나왔지만, 종합적으로 조직검사를 마무리해 결론을 짓기까지는 2주에서 최대 2달까지 걸릴 수 있어서다. 사망자의 모든 치료 기록을 조사하는 등 역학조사를 벌이고 역학조사관과 자문 교수들의 의견까지 받으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통상 백신 접종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데는 1,2달 정도가 걸렸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독감 예방접종 시기이고 국민들의 불안이 높기 때문에 2주 내에 인과관계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③백신 시스템 '신뢰' 찾아야

22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유정란을 이용해 만드는 백신의 제조과정에서 독소물질인 톡신이나 균이 기준치 이상 남을 경우 사망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백신 안전성이 도마에 올랐다. 이밖에도 온라인을 통해 국내 무료독감백신이 중국에서 수입됐다는 주장이 퍼지는 등 앞서 상온유출 사고 때 일었던 '상한 밥'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비록 올해 무료 독감백신사업에 참여한 외국업체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사노피파스퇴르 한 곳에 불과해 중국산 백신 이야기는 근거 없는 소문으로 밝혀졌지만, 그만큼 국민이 국가백신사업에 대해 지니는 신뢰도가 낮다는 의미이다.

전문가들은 백신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려는 보건당국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김홍빈 교수는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려면 신속하게 의사소통하며 진실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며 "고령자들의 사망 사례의 경우 단순히 보건당국에 신고된 건수가 아니라 예년의 예방접종 후 사망자 통계 등 과학적으로 제시해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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