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유럽의 노르디아 자산운용, 덴마크의 국영 펀드 MP펜션, 핀란드 교회연금기금 등 총 3조4,000억달러를 운용하는 18개 국제 투자사들은 지난 21일 공동 성명을 냈다. 표적은 북베트남에서 진행 중인 ‘붕앙2 석탄발전소’ 건설 사업. 이들은 한국의 한국전력과 삼성물산, 일본의 미쓰비시와 미즈호금융그룹 등 이 사업에 참여하거나 투자하는 기업을 겨냥해 주주 참여 철회와 향후 대응 방안 제시 등을 요구했다. 여차하면 지분 투자금을 거둬갈 수도 있다는 엄포이기도 하다.
실제 한전의 석탄발전 사업 참여는 최근 국제 투자기관의 집중 비판 대상이다. UBS자산운용과 영국 성공회 재무위원회, 미쓰이스미토모 자산운용 등 16개사는 지난 3월 붕앙2 와 인도네시아 자바 9ㆍ10호, 필리핀 팡가시난 등 석탄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지원 재고를 촉구했다.
이처럼 한전이 겪고 있는 글로벌 투자 자본의 압력은 전세계 대형 에너지관련 기업들에게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요즘 국제 금융의 ‘큰 손’들은 투자 대상인 기업에게 기후변화 대응 조치를 적극 요구하고 있다. 투자자와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면서 탄소 배출량 수준, 화석연료 산업 투자 등이 투자의 절대적인 판단 척도로 작용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24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 거점을 둔 국제 금융사와 헤지펀드들은 "앞으로는 환경 친화적 투자를 하겠다"고 선언한 뒤, 투자 대상 기업에 탄소 배출량 등 정보 공개를 요구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구체적인 감축 목표까지 제시할 것을 주장한다.
기후변화 대응에 부합하지 않는 화석연료 중심 산업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된다. 이로 인해 실제 전통적인 에너지 기업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던 절대적인 비중은 점점 줄고 있다. 글로벌 석유회사 엑슨모빌이 지난 8월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서 밀려난 것은 이를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이처럼 투자기관들이 기후변화 문제를 주요 투자 잣대로 들고 나서는 것은, 비단 환경 보호라는 당위 때문만이 아니다. 최근 세계 에너지 산업은 갈수록 경제성이 떨어지는 화석발전에서 저탄소 발전과 에너지 공급ㆍ소비 효율화에 대한 투자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이른바 ‘신 기후경제’가 유망 산업으로 등장하면서 돈의 흐름도 이를 자연스레 따라가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주자, 기후변화도 코로나와 유사한 위험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기후변화를, 나타날 것이 확실하지만 예측과 대응이 어려운 ‘그린 스완’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투자자들도 기업과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묻고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기후변화 대응을 증명할 것을 요구하는 셈이다.
국내 금융사들도 최근 ‘탈석탄 투자’ 선언을 속속 내놓고 있다. 다만 아직 국내 '사회ㆍ환경ㆍ거버넌스(ESG) 투자'는 걸음마 단계로 평가 받는다.
산업 쪽에서도 풍력ㆍ태양광발전과 전기배터리 등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은 향후 전망이 밝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기존의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기업들은 부담이 크다. 실제 전세계 500개 이상의 투자그룹이 모인 ‘기후행동 100+’는 한국의 한전과 포스코, SK이노베이션 등을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주요 표적 기업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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