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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성착취물 소지ㆍ영상 2%만 삭제... 국감서 드러난 N번방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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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성착취물 소지ㆍ영상 2%만 삭제... 국감서 드러난 N번방 백태

입력
2020.10.23 16:10
수정
2020.10.2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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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n번방에 분노하는 광주시민'들이 광주 동구 5ㆍ18 광장에서 n번방 퇴출과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있다. 뉴스1

지난 6월 'n번방에 분노하는 광주시민'들이 광주 동구 5ㆍ18 광장에서 n번방 퇴출과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있다. 뉴스1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 등에서 피해자들을 유인ㆍ협박해 찍은 성 착취물을 유포한 조주빈과 문형욱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두 사람을 처벌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수없이 많은 n번방 사건 가담자를 찾아내 처벌하는 문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문제 등 난이도 높은 장기 과제가 남았다. 국회의 역할이 크다.

이번 국정감사는 '추미애'로 시작해 '윤석열'로 끝날 듯하다. 그럼에도 n번방 성 착취 사건에 주목한 의원들이 있었다. 덕분에 디지털 성범죄가 사건의 처참한 실태를 조금 더 까발려졌다.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 중인 이탄희(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질의 중인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 오대근 기자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 중인 이탄희(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질의 중인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 오대근 기자


“현직 교사도 n번방 참여” 연루자 백태

‘박사방’은 알려진 피해자 74명 중 16명이 미성년자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n번방’ ‘박사방’ 등에 가입해 아동ㆍ청소년 성 착취물을 내려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은 피의자 중에 현직 교사가 4명이나 된다는 교육부와 시ㆍ도교육청 자료를 공개했다. 이 중 인천의 기간제 교사가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은 채 계약 만료 직전에 퇴직한 사실도 알렸다.

디지털 성범죄는 '괴물' 혹은 '루저'만 저지르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거듭 확인됐다.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은 디지털 성범죄에 연루된 공무원이 149명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가 올해 출범한 후 검거한 현직 공무원 숫자다. 군인ㆍ군무원이 128명, 교사가 8명, 경찰ㆍ지자체공무원이 각 4명, 소방 공무원이 2명 등이다. 전원 남성이다. 'n번방' 등에서 제작된 성 착취물을 휴대전화에 저장해 뒀다 적발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서울경찰청에서 신원을 특정해 수사중인 'n번방' 무료 회원이 305명이라는 것도 국감에서 공개됐다. 경찰이 조주빈의 휴대폰을 분석해 무료 회원을 계속 추적 중인 만큼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n번방 피해자들의 신원 정보를 확인해 조주빈에 상납한 사회복무요원은 징역 15년을 구형 받았다. 사회복무요원들이 여전히 공무원의 ID를 공유해 개인 정보를 자유롭게 조회할 수 있다는 사실도 국감에서 밝혀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 중인 전주혜(왼쪽) 국미의힘 의원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질의 중인 허은아 의원. 오대근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 중인 전주혜(왼쪽) 국미의힘 의원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질의 중인 허은아 의원. 오대근 기자



“불법 촬영물 삭제 방안” “철저한 처벌” 부족 지적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성 착취물이 끊임없이 재유포된다는 점이다. 영상 서버가 해외에 있으면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3년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디지털성범죄심의지원단에서 심의한 성 착취물 사건 6만8,172건 중 영상 ‘삭제’ 조치가 된 건 148(1.8%)건 뿐이라는 실태를 공개했다. '시정' 조치가 이뤄진 대부분의 성 착취물은 국내 접속만 차단되고 제대로 삭제되진 않았다.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거듭 제기됐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n번방 전 운영자인 와치맨(징역 3년 6개월 구형)이 2018년 음란물 유포 범죄로 고작 집행유예를 선고 받으면서 n번방 범죄까지 손을 뻗은 사실을 지적했다. 전 의원은 "당시 대구지법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했다”고 꼬집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n번방 재판 선고를 앞둔 대구지법 안동지원에 "강화된 양형 기준을 적용해 달라"고 주문했다.


백혜련(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성범죄근절대책단장이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백 단장은 모두발언에서 "n번방 사건은 그동안 음지에서 자행됐던 불법 디지털성범죄 실체가운데 빙산 일각"이라며 엄중한 처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뉴스1

백혜련(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성범죄근절대책단장이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백 단장은 모두발언에서 "n번방 사건은 그동안 음지에서 자행됐던 불법 디지털성범죄 실체가운데 빙산 일각"이라며 엄중한 처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뉴스1


국감 이후 입법 조치는 국회의 몫

이탄희 의원은 국감 질의 후 스쿨미투(교내 성폭력 고발)와 n번방 사건 등에 연루된 성범죄 교사를 피해자와 분리하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등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감 질의가 입법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n번방 사건은 어린 피해자들의 심리적 취약성을 악용해 저지른 잔혹한 범죄다. 이 같은 ‘그루밍 범죄’ 대책을 담은 법안이 여럿 발의돼 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낸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아동ㆍ청소년을 강제 추행한 사람이나, 아동ㆍ청소년에게 성을 매매하도록 권유한 사람 등에 대한 형량 강화가 담겼다. 특히 성착취물은 은밀히 제작ㆍ유포되는 만큼, 수사기관이 신분을 위장해 범죄 현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국민의힘도 비슷한 법안을 준비중이라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양정숙 민주당 의원은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의 공조수사를 위해 전담기구를 설치하도록 하는 법안을 지난달 대표 발의했다.


양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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