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 주민, 시민단체 회원 등 50여명
사드 기지 진입로 진밭교 부근에 구조물 설치해 차단
경찰 해산 작전 1시간여만에 모두 해산
공사 자재 등 실은 트럭 30여대 기지 안으로 진입
국방부가 22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기지에 공사 자재와 설비를 반입하면서 경찰과 주민 등이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 1명이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국방부는 전날인 21일 오후 8시쯤 주민들에게 부대 내 생활시설 개선을 위해 공사 장비를 반입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마을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 등 50여명은 22일 아침부터 사드 기지로 통하는 진밭교 위에 사다리와 철제 구조물, 간의 의자 등을 밧줄 등을 동여매고, 도로를 차단했다. 또 천막과 승합차량을 이용해 도로도 막았다.
마을 주민들은 사드 기지로 연결되는 진밭교 위에 '불법 사드 빼랬더니 성능 향상 웬말이냐', '사드 공사 중단', '한미일 MD 구축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도로를 점거했다.
이들은 “불법으로 점철된 사드 배치가 이제는 현 정부의 거짓말로 얼룩지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이에 항의도 하지 않으면서 북미관계 개선의 명분으로 사드배치를 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신종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주민들은 방역 대책에 협조하기 위해 집회도 일시 중단하고 있다”며 “소성리 주민들과 평화를 사랑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정부는 귀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가 폭력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몸을 내던지는 것 밖에 없다”고 밝혔다.
소성리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원장인 이석주 소성리 이장은 “매번 말이 달라지고 있는 정부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며 “미국이 하라는 대로 하는 청와대가 원망스럽고, 우리는 사드를 미국으로 다시 보낼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오전 11시쯤부터 수 차례 경고방송을 통해 “불법행위로 인해 도로가 통제되고 있다”, “관련 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즉각 해산하라”고 해산을 요구 방송을 시작했다. 대화 경찰이 나서 주민들에게 해산을 설득했지만 움직이지 않으면서 결국 경찰 병력이 투입됐다.
소성리 마을회관 밑에서 대기하던 10개 중대 800여명의 경찰들은 조금씩 진밭교 부근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진밭교 밑 개천에 안전매트를 깔고, 주민들이 막아놓은 핸드 브레이크가 걸려있는 승합차를 손과 장비를 이용해 끌어냈다.
포위망을 점점 좁혀오기 시작한 경찰은 낮 12시20분쯤부터 본격적인 해산 작전에 돌입했다. 주민들은 “사드 뽑고 평화 심자”, “경찰 물러가라” 등 소리를 치거나 욕설을 하는 등 격렬히 저항했지만 결국 1시간여만에 모두 해산됐다. 경비중대를 비롯해 여경 등이 성별을 나눠 사다리 안에 있는 주민들을 한명씩 끌어내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소리치며 몸에서 손을 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 1명이 실신해 구급차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기도 했다.
해산 작전을 완료하고 진입로를 확보한 뒤 공사 자재 등을 실은 덤프트럭과 군용트럭 30여대가 기지 안으로 들어갔다.
한편 지난 5월에도 국방부와 미군 등은 사드 기지 안에 기습 장비 반입을 시도하면서 주민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 5명이 다쳐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성능 개량과는 관련이 없고 공사 장비, 자재 등 장병들의 생활 물자를 반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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