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권력 휘두르던 경찰 항의 시위
국정 전반 개혁 주문하는 큰 물결로 전환
인구 70% 젊은이들 평화시위 정착 주도
부패와 고문으로 악명이 높은 나이지리아 경찰 특수조직 ‘대(對)강도특수부대(SARS)’ 를 규탄하는 시위 열기가 연일 거세지고 있다. 단순히 경찰 개혁만 요구하는 게 아니라 빈곤과 기아 등 국정 전반의 온갖 부조리에 대한 불만이 일거에 분출됐다. 그 분노의 물결을 젊은이들이 주도한다. 청년층이 ‘세계 빈곤 수도’ 나이지리아의 국가 개조를 이룰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시민들은 이달 5일(현지시간)부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온 SARS의 해체를 촉구하는 집회를 2주 넘게 계속하고 있다. SARS가 민간인 한 명을 살해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포되면서 민심이 폭발한 것이다. 반(反)정부 열기가 수그러들지 않자 나이지리아 정부는 11일 SARS를 해산한다고 밝혔지만 성난 시민들은 거리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예미 오신바조 부통령이 나서 시위대에 공개 사과하고 경찰 개혁 이행을 약속해도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20일 일부 군중이 교도소 2곳을 공격해 죄수 2,000명이 탈옥하기도 했다.
유혈 사태도 속출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0일 나이지리아 최대 도시 라고스에서 진압에 나선 보안군이 시위대에게 발포해 최소 2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나이지리아 적십자사와 국제인권단체 엠네스티는 시위 개시 이후 적어도 18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격앙된 민심은 부도덕한 공권력 때문 만이 아니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나이지리아의 석유 생산량은 전 세계 13위. 막대한 원유 수입과 2억여명에 육박하는 인구로 아프리카에서 경제는 단연 최상위권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고질적인 부정부패와 경제난 탓에 빈부격차가 엄청나다. 올해 2분기 실업자 수는 2,170만명에 달해 단순 계산으로도 국민 10명 중 1명 꼴로 일자리가 없는 상태다. 특히 청년 실업자가 60%가 넘는 1,390만명이나 된다. 이번 시위를 청년층이 이끌고 있는 이유다. 나이지리아는 30세 미만 인구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젊은 국가다.
국가의 주축 세력인 젊은이들은 나이지리아 자체를 아예 뜯어고치는 쇄신을 요구하는 중이다. 다밀로라 다이에 아그발라조비 나이지리아 오베페미아울로우대 정치학 교수는 온라인매체 ‘더컨버세이션’ 인터뷰에서 “정부의 잘못된 행정과 부정부패, 물가 폭등에 대한 억눌린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정치의 실패를 겨냥하고 있다. 아그발라조비 교수는 “정부는 공중보건과 교육 대신 국회의원들과 정치지도자를 위한 예산을 더 많이 책정하고 있다”며 정치권이 해법을 찾는 데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정보기술(IT)에 익숙한 젊은 시위대는 거리 집회에 새로운 동력도 불어 넣고 있다. SNS를 통해 조직돼 지도부가 존재하지 않고, 약탈ㆍ방화 같은 일탈 행위도 없는 ‘평화 시위’가 정착된 것이다. 매체는 “나이지리아에서 새로운 ‘사회 계약’이 창출되고 있다”고 기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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