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나오기 이전에 전화번호를 안내해주는 114는 필수 서비스였다. 전화번호부가 있었지만 사람들은 편하게 114에 전화를 걸어 번호를 물어봤다. 그만큼 스마트폰 이전에 114는 모든 정보의 시작이었다. 114에서 확인한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어 위치나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등장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사람들은 114 대신 스마트폰에서 포털 앱에 접속해 전화번호 등 필요한 정보를 찾아봤다. 그 바람에 114 통화건수가 매년 급격히 줄어들면서 수많은 상담인력도 덩달아 일자리를 잃고 있다.
22일 KT에 따르면 국내에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이전인 2008년 114 통화건수는 8억1,500만통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9년 애플의 ‘아이폰’이 상륙하면서 시작된 스마트폰 시대 이후 114 통화건수는 급속하게 줄어 2011년 이후 매년 13% 이상씩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114 통화건수는 1억6,800만통에 머물렀고 올해는 1억4,800만통으로 전년 대비 11.9% 줄어들 전망이다.
114 안내원으로 통하던 상담인력도 대폭 줄었다. 2008년 3,400명을 헤아렸던 상담인력은 지난해 794명으로 축소됐고 올해는 691명으로 줄어들게 됐다.
KT에서는 내년에도 114 통화건수가 줄어들면서 상담 인력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KT 관계자는 “통화건수가 줄면서 구체적 액수를 밝힐 수 없으나 적자가 매년 누적돼 상담 인력을 유지하기 힘들다”며 “내년에도 인력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14 안내전화는 1997년에 통당 80원으로 처음 유료화 됐다. 그러나 2002년 100원, 2003년 주간 120원(야간과 공휴일 140원)으로 인상된 이래 17년 동안 요금 인상이 없었다.
따라서 상담 인력의 일자리 급감, 통화 감소에 따른 적자 누적 등 114의 위기를 타개하려면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통신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전화번호 안내만으로는 114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며 “서울시의 120 다산콜센터처럼 다양한 정보를 안내하는 생활 정보형 서비스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편하게 음성 안내로 각종 정보를 전달받으면 이용률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다양한 부가 정보를 전달하는 만큼 요금을 현실화하거나 광고 안내 등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T에 따르면 실제로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고령자들은 114에 전화번호 외에 다양한 내용을 문의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가까운 진료소나 보건소 위치를 묻는 질문부터 방역 절차를 묻는 등 다양한 질문이 114에 걸려 온다. KT 관계자는 “고령자들의 경우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해 전화번호 문의가 아닌 질문에 대해서도 안내를 한다”고 설명했다.
KT에서도 상담인력의 일자리 축소를 최소화하고 114 안내전화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검토 중이다. 우선 KT가 114 안내전화의 성격과 역할을 확대하려면 전화번호 안내로 국한된 약관을 변경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해야 한다. KT 관계자는 “114 안내전화를 활성화 할 수 있도록 약관 변경 등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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