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의회, 운영위서 의회장 조례 의결해 본회의 넘겨
비판 여론 의식해 '임기 중 사망'서 '직무 중 사망'으로 수정
공주시의회가 시의원이 임기 중 죽으면 장례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 제정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임기 중 사망’을 ‘직무 중 사망’으로 수정하는 등 구체적인 내용을 보완했다지만 시의원들이 ‘셀프 복지 조례’를 만든다는 비판 여론은 여전하다.
21일 공주시의회에 따르면 전날 제222회 임시회 운영위원회를 열고 ‘공주시의회 의회장’ 조례를 수정 가결했다.
이 조례는 박병수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박기영, 정종선, 이상표, 오희숙, 서승열, 임달희 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조례에는 애초 의회장의 대상으로, 현직 공주시의회 의원 가운데 임기 중 사망한 의원으로 명시됐다. 직무와 무관한 일로 사망하는 경우에도 지원할 수 있는 것이다. 의회장에 소요되는 비용은 장제 기준에 따라 공주시의회 예산 범위 내에서 집행하되, 부득이할 경우 위원회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장제비 항목에는 영결식장 설치비용을 비롯해 영구차, 장례물품(영정사진, 국화 등), 조화, 안내문 인쇄비용, 장의행사 방송설비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의원들이 스스로 세금으로 본인들의 장례비용을 지원토록 하는 것도 모자라, ‘직무 중 사망’이 아닌 ‘임기 중 사망’ 조항을 넣고, 비용도 상한도 정하지 않아 사실상 무제한으로 적용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시의회는 운영위원회에서 ‘세금으로 시의원의 장례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 끝에 ‘임기 중 사망’을 ‘직무 중 사망’으로 수정하고, 기존의 장제비 기준을 축소해 오는 26일 열리는 제4차 본회의로 넘겼다.
공주시의회가 조례를 수정 보완했지만 ‘셀프 복지 조례 제정에 혈안이 됐다’는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물론, 다수의 지자체에서 1990년대 중후반부터 의회장과 관련한 자치 법규를 시행하고 있다. 광역의회의 경우 인천과 광주,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제주, 대전 등이 해당한다. 이 가운데 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훈령 또는 규칙, 예규 수준으로 의회장 지원 등을 정하고 있으며, 기초의회에선 총 226곳 가운데 70여곳에서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유성구의회에서 갑작스럽게 사망한 구의원의 발인 당일 구의회에서 치러진 영결식 예산을 지원하기도 했다.
의회장 관련 지원은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 강원도의회와 전북도의회, 고성군의회와 횡성군의회, 해남군의회 등은 대상자로 ‘현직 의원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자’로 제한했다. 제주도의회는 장례비용 지원 예외 항목을 명시해 무분별한 예산 사용을 차단했다.
울산 중구의회는 2012년 2월 의회장 조례안을 발의했다가 반발 여론이 갈수록 커지자 결국 상정을 철회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의원들이 의회장을 치르면 위상이 높아질 거라 생각하는 것 같은데 오히려 그 반대”라며 “지역 여론을 대변해 봉사한다는 분들이 세금으로 자신의 장례를 지원하는 조례를 스스로 만든다니 정말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박병수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애초 조례를 발의할 때 ‘직무 수행 중’이라는 조항을 간과해 보완했다”며 “다른 많은 지자체들도 (세금으로 의원의 장례비를 지원하는 조례 등의 자치법규)를 만들고 시행하고 있다. 의원들 입장에선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변함없이 조례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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