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엔 "신뢰", 추가부양책은 "반대"
대선 후 '트럼프 버리기' 논쟁 격화할 듯
내달 3일 미국 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을 좀처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재선 실패 불안감은 여당인 공화당 안에서도 확산하는 중이다. 대표적 징후가 ‘트럼프와 거리두기’. 대선을 떠나 과반 사수가 위태로워진 상원 선거, 다시 말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도 대통령에 등을 돌리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미 CNN방송은 20일(현지시간) “선거일이 임박하자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트럼프 천하가 조만간 막 내릴 수 있다는 가능성과 마주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4년 전 뒤집기 쇼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린 건 아니지만, 비관적인 판세를 마냥 외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CNN은 “자체 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승리한 10개 주(州) 가운데 9곳에서 바이든 후보에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불안감의 근거를 설명했다.
안 좋은 전망만 잇따르자 이젠 대놓고 대통령 행보를 비판하는 공화당 의원들도 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에 대한 공격에 거부감을 표한 것이 단적인 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대통령의 “재앙” 발언에 동의하느냐고 묻자 “파우치를 아주 신뢰한다”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의 최측근 린지 그레이엄 상원 법사위원장마저 파우치 소장에 대해선 “그의 판단을 믿는다”며 공개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공화당 의원 상당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2조달러 규모의 추가 부양책에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존 론슨 상원의원은 재정적자 감축을 중시하는 ‘티파티’ 출신임을 강조하며 “나 같은 사람들은 자녀의 미래를 저당 잡는 정책을 강하게 우려한다”고 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최근 백악관에 11월 대선 전 추가 부양안 합의를 타결하지 말라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는 당선이 위태로운 의원일수록 노골적이었다. 대통령의 높은 비호감도가 의석 방어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서다. 민주당 우세 지역인 메인주를 지역구로 둔 수전 콜린스 의원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의 방문에도 유세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 인준 투표 역시 반대표를 예고한 상태다. 또 다른 경합지역 텍사스의 존 코닌 상원의원은 최근 대통령과 자신의 관계를 ‘문제적 남편과 그를 바꿔보려 했지만 잘 안 돼 고민하는 부인’으로 묘사해 화제가 됐다.
대선 이후도 문제다.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포스트 트럼프’ 시대 당 노선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이어갈지, 5년 전으로 돌아갈지를 두고 논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얘기다. 당내 반(反)트럼프 진영의 선두 주자인 밋 롬니 상원의원은 “공화당은 청년과 노인들, 소수민족 유권자들로 인해 곤경에 처해 있다”며 “지지층 확대를 위해 할 일이 많다”고 변화를 역설했다. 반면 조시 홀리 상원의원은 “당의 터줏대감들은 국경과 무역을 다시 개방하고, 월가와 다국적기업 편에 서려 할 것”이라고 맞받아쳐 방향 설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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