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전개 방식은 예상대로였다. 한 달여 전 추미애 장관의 네이버 검색 논란이 불거졌을 때 야당은 이를 정치적 압력에 따른 편향의 증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얼마 전 네이버가 자사 오픈 마켓 ‘스마트스토어’에 유리하도록 알고리즘을 조정, 경쟁업체들을 차별했다며 공정위가 26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뒤 야당 의원 10명이 네이버를 항의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공정한 포털 환경 조성”을 외쳤지만 여당 의원은 1명도 없는 방문단의 모습은 포털의 정치적 편향 의혹을 돋보이게 할 뿐이었다. 그러나 포털이 누구 편이냐는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네이버 논란이나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카카오T 블루의 콜 몰아주기 논쟁 등 플랫폼의 편향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거대기술기업의 반론은 거의 비슷했다. 알고리즘은 불편부당하다는 것이다. 윤영찬 의원의 ‘카카오 들어오라고 하셍’ 문자 사건이 일어났을 때 포털은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AI가 자동 편집하는 시스템”이라며 인간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된 편향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알고리즘이 무엇인지 조금만 들여다봐도 이는 사실이 아니란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알고리즘은 컴퓨터라는 기계가 단계적으로 일을 처리하도록 지시하는 명령이다. 왼쪽으로 가라면 좌회전하고 다음에 오른쪽을 가리키면 우회전한다. 기술이 발달해 인공지능(AI)을 좀 똑똑하게 만들게 되면서 기계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명령체계가 보다 더 복잡해졌지만 기본은 동일하다. 오른쪽으로 가라면 오른쪽으로 간다.
그래서 알고리즘은 확실히 편향을 가진다. 먼저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개발자의 의식적, 무의식적 편향이 들어간다. 만약 개발자가 편향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그는 신이 아니면 악마일 것이다. 그의 편향에는 그에게 월급을 주는 회사의 편향이 아주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개발 회사의 편향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은 지금 거금을 투자해서 짜고 있는 알고리즘이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부정한다면 이 회사는 자선단체 아니면 사기집단이다. 결국 거대기술기업의 알고리즘은 개발회사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도록 만들어질 것이다. 이는 아주 자연스러운 것으로 전혀 이상하지 않다.
문제는 이렇게 근본적으로 개발 플랫폼 회사 편일 수밖에 없는 알고리즘이 누구에게나 공정하다고 알려진다는 것이다. 포털 플랫폼에 들어와 사업하는 중소업체들은 알고리즘이 공정할 것이라고 믿고 열심히 일한다. 동영상 플랫폼을 찾는 개인들은 지금 보는 화면이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몇 시간을 보낸다. 열심히 일하고 몇 시간을 보내면 나에게도 이익이 돼야 하는데 과연 이익이 되는지, 내가 정당한 몫을 가져오는지 도대체 알 길이 없다. 알고리즘이 공정하다고 믿는 한 우리는 문제가 있는지 생각조차 못하고 지나간다. 알고리즘의 편향은 이래서 무섭다.
며칠 전 국정감사에서 카카오의 업무용 플랫폼 인공지능 서비스는 고객이 암호화폐 투자에 대해 질문하자 카카오의 자회사인 업비트 쪽으로 유도했다고 지적됐다. 업비트의 경쟁업체인 빗썸은 당연히 비추천이었다. 이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정치적 편향 차원이 아니라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알고리즘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는 것이다. 여당 편 야당 편 가릴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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