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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 국감서 ‘울산 vs 경남’ 지역싸움 벌어진 이유는

입력
2020.10.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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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이지스함' 수주? '현대 重-대우조선' 대리전

왕정홍(오른쪽) 방위사업청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대근 기자

왕정홍(오른쪽) 방위사업청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대근 기자


“도둑질 했다면 입찰을 못하게 해야지, 경남도민 생사가 달렸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꾸 지역 민심을 논하면, 울산은 어떻게 되겠나.”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

20일 열린 방위사업청에 대한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때아닌 ‘지역 싸움’이 벌어졌다.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6,000톤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놓고 수주 경쟁을 벌이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각각 울산과 경남 거제에 위치한 탓이다. 이 의원은 울산 남구갑이 지역구고, 설 의원은 경남 창원이 고향이라 각자의 출신 지역을 엄호하고 나섰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모병화 병무청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모병화 병무청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7조원대 사업을 둘러싼 기업 간 다툼이 국정감사장까지 옮겨 붙은 건 ‘기밀유출 사건’에 연루된 현대중공업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있어서다. 올해 8월 사업 제안서 평가에서 현대중공업은 0.056점 차이(100점 만점)로 대우조선해양을 제쳤다. 그러나 2년 전, 군 당국의 불시 보안검사에서 현대중공업이 서버에 경쟁사인 대우조선해양의 KDDX 개념설계도를 포함해 약 30만건의 군사기밀을 보유했다가 발각된 사실이 최근에서야 드러났다. 2013년부터 해군 실무자와 현대중공업 간부들이 은밀하게 기밀을 주고 받은 것이었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은 기밀 유출 혐의로 재판을 받는 현대중공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목전에 두고 가처분신청을 내, 관련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이와 관련 설훈 의원은 이날 “기밀 유출에 연루된 현대중공업이 입찰 자격을 받게 생겼다.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경남도민이 분노하는 이유는 방사청이 상식에 동떨어진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포문을 열였다. 경남 김해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소속 민홍철 국방위원장도 “관련 기밀이 현대 쪽으로 흘러 들어간 사실을 알면서도 사업이 진행된 것이냐”고 거들었다.

민홍철(왼쪽) 국회 국방위원장과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대근 기자

민홍철(왼쪽) 국회 국방위원장과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대근 기자


그러자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발끈했다. 이 의원은 "기밀 유출에 대해서는 사법부 판단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라며 "경남 의원들의 지역사랑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역 감정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왕정홍 방사청장은 우선입찰자 선정을 번복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가정보원이나 안보지원사령부에 보안 요인이 사업에 감점이 되느냐고 물었더니 해당 사항이 아니라고 해서 사업이 진행됐던 것”이라며 “(대우조선 측의) 이의 신청에 재검증을 했지만 결과를 뒤집을 만한 사항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번 달 또는 다음달 초로 예정된 사법부 판단(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확실하게 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 3월 4일 청주 공군사관학교에서 F-35A기가 임관식 축하비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 3월 4일 청주 공군사관학교에서 F-35A기가 임관식 축하비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우리 군이 도입한 F-35A 스텔스 전투기 40대 중 24대가 국내에 인도된 것으로 확인됐다. 방사청은 이날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코로나19 영향에 따라 일부 인도 지연이 있긴 했지만 지난해 3월부터 올 10월까지 24대 국내 인도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한국형전투기(KF-X) 사업과 관련한 세부 일정도 공개됐다. 한국형 전투기 시제기 1호기는 내년 5월 출고될 예정으로 초도 비행 시점은 2022년 7월, 체계개발 종료시점은 2026년 6월이다.

북한 전력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남세규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은 이날 북한이 최근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미사일, 방사포에 대해 “우리 미사일 체계가 북한보다 20년 이상 앞서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열병식을 보고) 절반 이상 단축됐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4형’과 관련해선 “고체탄도탄 능력 기반을 상당히 갖추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북한이 시험발사를 하면, 이것을 가장 먼저 시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노지운 인턴기자
장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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