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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100장 쓰면 감경?…"디지털 성범죄 '진지한 반성' 감경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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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100장 쓰면 감경?…"디지털 성범죄 '진지한 반성' 감경 부당"

입력
2020.10.21 01:00
수정
2020.10.21 01:20
0 0

여성단체,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 토론회
여전히 가해자 중심적인 양형기준 비판 목소리
"감경위해 반성문 작성 대행업체까지 성행"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올해 3월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올해 3월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은 지금까지 약 100장의 반성문을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가 피고인의 ‘진지한 반성’을 양형의 감경요소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계는 “피해확산 방지 노력이나 피해자의 용서없는 가해자의 ‘진지한 반성’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며 부적절한 양형 기준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20일 오전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디지털 성폭력, 양형부당을 말하다: 피해자 관점에서 본 양형기준’ 토론회를 열고 여전히 가해자 중심적인 양형기준에 대해 비판했다.

지난달 15일 대법원 양형위원회(양형위)는 아동ㆍ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상습범의 경우 최대 징역 29년 3월형까지 선고되도록 권고하는 내용을 담은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을 발표했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의 2심 형량이 1년6개월에 그치는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지나치게 낮은 형량이 선고된다는 비판에 따른 결과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여전히 양형기준안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피고인) 중심인 요소가 많고 온라인을 통해 광범위하게 제작, 배포되는 디지털 성범죄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양형위의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을 분석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의 유승희 변호사는 “여성 대부분이 이번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에서 하나만 고르라면 ‘진지한 반성’, 이것만은 꼭 감경요소에서 삭제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수원지방법원은 불법촬영으로 기소된 피고인이 촬영사실이 없다고 발뺌하거나 피해자를 '꽃뱀'이라고 비난했음에도 ‘피고인이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것을 유리한 정황으로 삼아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성관계 장면을 불법촬영해 단체 대화방에 유포한 정준영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자체를 부인함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진지한 반성을 한다는 취지의 자료를 낸 점’을 감경 요소로 삼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진지한 반성’을 보여주기 위한 피고인측의 요식행위도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신성연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반성문 제출이 감형 전략으로 쓰이고 반성문 작성을 대행하는 업체가 성행하는 상황에서 ‘진지한 반성’을 어떻게 측량할 것인가"라며 "반성문에서 ‘저로 인해 피해 입은 모든 분에게 사과드린다’식의 구절은 어떤 맥락에서 누구에게 유효하냐”고 비판했다.

유 변호사는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없고, 피해자의 피해 회복에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오직 피고인만이 확인할 수 있는 '진지한 반성'을 이유로 추가적으로 피고인의 책임을 감경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라며 " ‘진지한 반성’은 양형의 감경 요소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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