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승인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Ⅴ'?
러 국부펀드 대표 "12월 한국서 생산할 것"
국내 주요 백신 제조사들 "협상한 적 없어"
제조기술 달라 추가 생산설비 필요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한국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작 국내 백신 제조사들은 러시아와의 접촉을 부인하고 있어 궁금증이 커지는 상황이다.
20일 국내 주요 백신 제조사들은 러시아 백신을 생산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 LG화학, 일양약품, 유바이오로직스 모두 러시아 백신 생산에 대해 자사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지원한 러시아 국부펀드 ‘직접투자펀드(RDIF)’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대표가 “올해 12월에는 (코로나19) 백신을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인도, 브라질, 한국, 중국, 그리고 다른 1개국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푸트니크Ⅴ’라고 이름 붙은 이 백신은 지난 8월 러시아가 코로나19 백신 중 세계 처음으로 공식 허가했다.
러시아가 스푸트니크Ⅴ의 한국 생산 가능성을 내비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도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 내 생산과 관련한 협상이 최종 단계에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내 주요 백신 제조사들은 그러나 줄곧 러시아와 협상한 적이 없다고 밝혀왔다.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로 러시아에서 코로나19 임상시험 3상을 진행하고 있는 일양약품 측은 “코로나19 임상 때문에 러시아 백신 얘기만 나오면 우리 회사가 언급되는 듯한데, 주주들 혼란이 크다”며 당혹스러워 했다.
일양약품과 GC녹십자 등은 유정란을 이용해 백신을 생산한다. 스푸트니크Ⅴ는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해 만드는데, 이는 유정란 시설에선 불가능한 제조 방식이다. 동물세포를 배양해 백신을 만드는 SK바이오사이언스나 LG화학 등도 스푸트니크Ⅴ를 생산하려면 별도 설비가 필요하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실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러시아산 백신 생산을 위해 이들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감수할 이유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각에선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이 가능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러시아와 협의 중일 가능성이 있는 기업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그러나 정작 이들은 상업생산을 할 만한 백신 제조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백신을 제조하려면 시설을 일부 추가해야 한다”며 “당장 생산은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 외에 국내 소규모 기업이 러시아와 비공개 협의를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 제약업체나 벤처기업이 투자를 받아 관련 설비를 갖추고 러시아 백신 생산을 타진할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러시아가 언론을 통해 자꾸 한국 내 백신 생산을 언급하는 건 우리나라 의약품 제조 공정의 질이 높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한국 생산 물량을 동아시아로 공급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협상 중이라는 국내 기업 이름을 공개하진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권준욱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내에서 (러시아 코로나19 백신을) 위탁 생산하는 부분에 대해 당국에서도 공식적으로 아직 확인한 바는 없다"며 "동향 파악은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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