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60곳 '먹잇감'으로 전락
대기업일수록 보수적 투자하는데
부실 검증에 '특정 영향력' 의혹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국내 상장사가 약 60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 기업의 투자 경위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오뚜기, LS 등 유명 기업들이 '사기 금융상품'에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돈을 별다른 의심 없이 투자한 배경이 납득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들의 투자 과정에 '거스르기 힘든 영향력'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투자자 명단보니... 옵티머스에 당한 상장사 60곳 달해
19일 본보가 입수한 '옵티머스 펀드 전체 가입자 명단' 자료를 보면 오뚜기(150억원), BGF리테일(100억원), LS일렉트릭(자회사 LS메탈 50억원), 넥센(30억원) 등 코스피 상장사를 포함한 59개 기업이 최근 3년간 5,000억원이 넘는 돈을 옵티머스에 투자했다. 코스닥 상장사 중엔 에이치엘비(400억원), 안랩(70억원), JYP엔터테인먼트(40억원) 등도 포함됐다.
투자자 명단엔 강병중(넥센그룹 회장ㆍ110억원), 구본식(LT그룹 회장ㆍ40억원) 등 기업 오너들로 추정되는 이름도 적잖이 눈에 띄었다. 성균관대, 한남대, 건국대 등 대학들도 수십억원씩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
'연 3% 수익'에 놀아난 대기업?
금융투자업계에선 옵티머스에 상장사들과 기업 오너들이 대거 투자한 건 "안전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는 옵티머스의 홍보 때문일 거라는 관측이 많다. 그런 안정성에 더해 옵티머스측은 연 3% 안팎의 과도하게 높지는 않지만 꽤 괜찮은 수익률을 제시했다. 회삿돈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법인들로선 안정과 수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란 얘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법인이나 고액자산가일수록 위험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높다"며 "오히려 고수익이 발생하면 바로 영업 담당자에게 연락해 '다른 곳에 투자한 것 아니냐'며 확인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과거 키코(KIKO) 같은 사태를 겪은 뒤 높은 수익(이자)에 욕심을 부리는 법인들이 줄어들고 있다"며 "상품 설명만 보면 사실상 정부(국고채)에 투자한 거나 다름이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CFO 분명 있을텐데... '보이지 않는 힘' 의혹도
반면 대기업들이 허술한 사기 상품에 대거 뭉칫돈을 맡긴 점은 이례적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최고재무관리자(CFO) 등 전문성을 갖춘 재무 담당자가 버젓이 존재하는 법인들이 사전 검증에 실패해 투자금이 묶이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업계가 갖는 의혹이다.
옵티머스가 이헌재 전 부총리, 채동욱 전 검찰총장 등 '거물급' 인사를 고문단으로 위촉하면서 펀드 가입 과정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 법인 영업을 힘들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기업은 그야말로 부서질 때까지 돌다리를 두드리기 때문"이라며 "개인 돈과 달리 회사자금으로 문제가 생기면 책임소재가 불거져 사내 전문가들이 최후까지 검증을 하는 게 보통"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펀드 자체에 대한 검증은 뒤로한 채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돈을 넣은 것 아닌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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