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공화당원' 새스 의원을 공개 비난ㆍ조롱
"적극 지지층의 위기감ㆍ결속력 의식한 전략"
공화당, 대선 패배 우려에 각자도생 기류 뚜렷
'한국 사위' 호건 "우편투표에 레이건 이름 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공화당을 향해 '진(眞)트럼프' 입장에 서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대상은 의원들이었지만 실제로는 적극 지지층의 결속을 유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11월 대선 및 상ㆍ하원 선거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공화당은 이미 각자도생에 나선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벤 새스 공화당 상원의원을 정조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공화당 상원의원 53명 중 가장 무능한 사람은 내가 기꺼이 도와줬던 네브래스카의 작은 벤 새스"라고 비꼬았다. 그는 "최근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기 전까지는 '이름만 공화당원'으로 활동하면서 얌전하더니 후보로 지명된 후엔 어리석고 불쾌한 예전으로 돌아갔다"면서 "공화당의 골칫거리"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 정도로는 성이 안 찼는지 다른 트윗에서 새스 의원을 이미 정계은퇴한 밥 코커ㆍ제프 플레이크 전 공화당 상원의원에 빗댔다. 그는 "새스는 지지율이 급락해 은퇴한 공화당의 다른 상원의원들과 같은 길을 가고 있다"면서 "새스가 다음이 될 수도 있을 텐데 더 가능성 있는 후보를 찾아야 할까"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악담을 퍼부은 새스 의원은 2016년 대선 당시 가장 먼저 '트럼프 보이콧'을 선언했고 지금까지도 그를 공개 비판하는 대표적인 당내 인사다. 새스 의원은 14일에도 지역구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응, 백인 우월주의에 경도된 듯한 태도 등을 비판하며 "민주당이 11월 선거에서 압승하는 '푸른 쓰나미'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밀착, 주한미군 감축 움직임 등에도 공개 반대하는 등 공화당의 전통적인 가치를 지켜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커ㆍ플레이크 전 의원도 트럼프 대통령 비판에 앞장서온 대표적인 반트럼프 인사들이다.
이를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새스 의원 비난은 사실상 공화당 내 반트럼프 세력에 대한 경고로 해석할 만하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유세 일정을 "공화당 우위 지역에서도 패할 수 있다고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분석한 뒤 이날 트윗을 당내 결속용으로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막바지 총력전을 위해 자신을 반대하는 공화당 내부의 목소리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경고는 사실상 공화당 의원들을 겨냥했다기보다 적극 지지층의 위기감을 자극하고 응집력을 높이려는 전략에 가까워 보인다. 4년 전 대선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의원들로 상징되는 공화당의 지원보다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ㆍ팜벨트(중서부 농업지대)의 저학력 백인 유권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됐다. 특히 이들 지역 중에는 대표적인 경합주(州)도 여럿 포함된다.
실제 공화당에선 대선과 동시에 치러지는 일부 상원의원ㆍ주지사 선거와 전체 하원의원 선거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자 자중지란에 각자도생 분위기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한국 사위'로 유명한 래리 호건 메릴랜드주지사는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우편투표용지에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이름을 썼다"면서 "상징적일지라도 나의 투표가 대통령직을 어떤 사람이 수행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새스 의원 측도 "트럼프의 트윗에 대해 단 1분도 낭비하지 않고 공화당의 상원 과반 사수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스 의원의 대응을 두고는 '전통적' 공화당원과 트럼프 대통령 간 간극이 확인됨으로써 '모래알 공화당'의 실체가 재확인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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