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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협 권한대행 100일, 혼란 잡았지만 서울 정책 '키'는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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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협 권한대행 100일, 혼란 잡았지만 서울 정책 '키'는 과제로

입력
2020.10.19 01:00
수정
2020.10.19 09:1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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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행정가' 서 권한대행,?
내부 안정 다지고 박원순 시정 연속성 주력...?
정치외풍엔 취약, 35층 룰ㆍ공공와이파이는 '흔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최근 간부회의에서 "선거 앞두고 줄 서기는 안 된다"며 "공직자로서 자존심을 걸고 흔들림 없이 업무에 임해달라"고 말했다. 튀기 보단 안정을 중시하는 서 권한대행의 조용한 리더쉽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진은 서 권한대행이 지난 15일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최근 간부회의에서 "선거 앞두고 줄 서기는 안 된다"며 "공직자로서 자존심을 걸고 흔들림 없이 업무에 임해달라"고 말했다. 튀기 보단 안정을 중시하는 서 권한대행의 조용한 리더쉽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진은 서 권한대행이 지난 15일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 뉴스1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없는 서울시가 권한대행 체제로 지난 17일 100일을 맞았다. 박 전 시장을 대신해 지난 7월10일부터 서정협 행정1부시장이 시장 권한대행을 맡아 시를 이끌었다. 9년여 동안 '1000만 서울시'를 책임진 박 전 시장의 부재로 시정 공백 우려가 컸지만, 큰 혼란 없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비상시국을 이끌어왔다는 평이다.

하지만, 시는 외풍에 쉬 삐걱댔다. '박원순표' 대표 정책 중 하나인 '35층 룰' 등 부동산 정책 방향은 흔들렸고, 공공복지가 후퇴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백척간두 서울시 끝까지 버틴 건.... 서 권한대행 '조용한 리더쉽'

박 시장 유고 후 100일 동안 시는 바람 잘 날 없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과 지난 7월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른 박 전 시장 장례 적정성 논란으로 시는 안팎으로 거센 질타를 받았다. 백척간두에 내몰린 시를 끝까지 지탱한 건 서 권한대행의 '조용한 리더십'이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박 전 시장이 큰 틀에서 시정을 본 망원경이었다면, 서 권한대행은 꼼꼼히 안을 들여보고 내부를 정비한 현미경 스타일의 행정가"라며 "박 전 시장 궐위 후 내부 충격과 혼란이 컸는데 그걸 그나마 가라앉힌 것이 밖으로 티는 안 나지만 서 권한대행의 차분하고 안정적인 업무 스타일 덕분"이라고 귀띔했다.

공공기역금 광역화ㆍ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속도... 시정 연속으로 안정화

2016년 박 전 시장의 비서실장을 맡은 서 권한대행은 고인의 신망이 두터웠던 행정 파트너 중 한 명. '박원순표 사업'을 함께 해 온 서 권한대행은 친환경과 고용불안 해소 등 시정 연속성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 개발사업 이익을 시 전체가 공유하는 '공공기여금 광역화'를 위한 법률 개정에 지난달 나선 게 대표적 사례다. 박 전 시장은 생전에 공공기여금이 강남3구에 편중됐다며 이를 서울시 전체가 함께 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시장이 "광화문광장 공원화는 서울과 대한민국의 미래 100년을 결정하는 중대한 사업”이라며 의욕을 보였던 광장 재구조화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시는 관계기관과 여론을 반영해 지난달 28일 광장의 서쪽 도로(세종문화회관 방향)를 공원ㆍ광장으로 바꾸는 사업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서 권한대행 체제에서 'S방역'의 유산은 계속됐다. 시는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등 일부 교회와 광복절 도심 집회 등으로 불거진 코로나19 2차 대유행도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마스크 착용 매뉴얼을 만들며 생활 방역에 발 빠르게 대처했다.

존재감 약해 진 시... 공공와이파이사업 발목 잡히고 부동산 정책 흔들리고

서 권한대행이 박 전 시장의 시정 철학을 이으려고 노력했지만, 시의 존재감은 예전만 못했다. '수장'이 없다 보니 정책 추진 속도는 떨어졌다. 권한대행 체제 10개월, 새 정책을 내놓기도 어려운 상황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늘공'인 서 권한대행이 대선 주자로 손꼽히던 박 전 시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박 전 시장 유고 뒤 정부는 시의 아파트 층수 제한 정책인 '35층 룰'을 일부 해제해 시의 스카인라인은 바뀔 상황에 처했고, 공공와이파이 사업 진행도 과기부가 "위법"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박 시장 부재 후 그간 시가 추진하던 정책이 잇따라 발목을 잡힌 것이다. 서울 자치구 고위 관계자는 "8ㆍ4 부동산 대책 발표 때 시가 공공재건축 사업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정부의 질타로 불과 4~5시간 만에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사과한 것이 바로 박 시장의 부재 탓"이라고 말했다.

서 권한대행은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부실한 사후 대처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시의 자체조사단 운영은 무산되고 그 이후 진상규명을 위해 시가 무엇을 했냐"며 "성추행 의혹 관련 시의 대응이 전체적으로 부실하다"고 꼬집었다.

"전 시장 부재 시민 눈 높이 외면" 복지 후퇴 우려도

시는 지난 9월 '나쁜 임대인'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상가 임대료 인하 운동이 확산하는 가운데 정작 시가 지난 8월 정상 임대료를 내야 한다고 지하상가에 통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전 시장의 부재로 시 행정이 시민의 눈높이를 외면한 지 오래다." 서울 지하철 상가 임차인이라 밝힌 홍모씨는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런 내용이 담긴 '서울시 지하철 상가 임대료 삭감 청원' 글을 올렸다. 시의 사회적경제 철학이 후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배경이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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