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에스퍼 초상화 담긴 ‘부채 선물’도 준비.?
미 국 2년 만에 180도 달라져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두고 “역대 최악의 SCM”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미국의 청구서만 잔뜩 담긴 공동성명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이 공동기자회견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등 동맹국 장관에 보인 ‘외교 결례’를 두고서 뒷말이 적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에도 공중급유기를 타고 첫 방미길에 오른 서욱 국방부 장관은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 초상화가 담긴 부채 선물까지 준비했다. 미국은 그런 서 장관을 홀대했다. 이는 2년 전 워싱턴에서 열린 SCM 당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특급 예우했던 것과 180도 달라진 것이다. 최근 2년 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트럼프에 맞서 ‘한미동맹’ 옹호한 매티스 사임
2018년 워싱턴에서 열린 제50차 SCM에서 정 장관을 맞이한 매티스 장관의 의전은 ‘파격’에 가까웠다. 정 장관을 환영하는 의장행사는 미 육ㆍ해ㆍ공군, 해병대 의장대 23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펜타곤 연병장에서 열렸다. 정 장관은 군악대의 군가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미 국방부 의장대를 차례로 사열했다. 한미 양국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예포 19발도 발사됐다. 한국 국방부 장관이 미 국방부 의장대를 정식 사열한 것도, 방미를 환영하는 예포가 발사된 것도 처음이었다. 그간 한국 국방부 장관들은 펜타곤 주차장에서 20여명의 의장대를 사열하는 약식 행사를 가졌다.
정 장관을 위한 만찬도 미 국립기록관리청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미 독립선언서, 헌법, 권리장전 원본을 보관하는 국립기록관리청은 출입 인원을 통제하고 사진 촬영을 금하는 역사적 장소다. 당시 미 국방부는 “국립기록관리청에서 만찬은 1996년 이후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매티스 장관의 ‘특급예우’는 평소 동맹을 중시하는 그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었다. 정 전 장관은 최근 사석에서 “매티스 장관이 나보다 나이도 많으신데, 의전에 정말 신경을 많이 써 주셔서 고마웠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를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소신’으로 맞섰던 매티스 장관은 2018년 12월 “동맹을 존중하라”는 쓴소리를 남기고 장관직을 내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의 반대에도 동맹국과 상의 없이 시리아 철군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매티스 장관은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의문을 제기할 때마다 그 필요성을 설명하며 설득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티스 장관의 사임 이후 패트릭 섀너핸 직무대행을 거쳐 펜타곤 수장으로 발탁된 인사가 에스퍼 장관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나긴 했지만 에스퍼 장관은 ‘트럼프 충성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소신과 강직함 보다는 ‘예스맨’에 가까워 ‘예스퍼’라는 말까지 나왔다. 에스퍼 장관은 13일 ‘미 펜타곤 3층 회의실’에서 서욱 장관과 만찬을 가졌다.
‘예스맨’들만 남은 백악관… 방위비 압박도 거세져
매티스 장관과 함께 ‘소신파 3인방’으로 불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사임하면서 트럼프 정부에는 사실상 ‘예스맨’들만 남게 됐다. 동맹을 '비용'으로만 계산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할 인사들이 없어졌다는 얘기다.
실제 이들의 부재는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대한 거친 방위비 인상 압박으로 이어졌다. 에스퍼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1월 월스트리트저널에 '한국은 동맹국이지 부양대상이 아니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하며 방위비 증액을 압박한 것이 대표적이다.
에스퍼 장관은 이번 SCM에서도 서 장관과 만나자마자 방위비 이야기부터 꺼냈다. 방위비를 올리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미 대선을 3주 앞둔 상황에서 ‘방위비 이슈’를 노골적으로 꺼낸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예전에는 매티스 장관처럼 동맹을 중시하는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며 주한미군 주둔을 옹호하는 역할을 했으나 지금은 그런 버팀목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주한미군 감축 카드가 급속히 부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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