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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 WFP "코로나19 속에서도 굶주림 해결 위해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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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노벨평화상 WFP "코로나19 속에서도 굶주림 해결 위해 멈추지 않았다"

입력
2020.10.18 09:37
수정
2020.10.1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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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날리사 콘테 세계식량계획 제네바 사무국장 인터뷰
"사상 최악의 기아 상황서 코로나19까지…도움 절실"

10일 예멘의 한 어린이가 세계식량기구(WFP)가 준 음식을 받아가며 환하게 웃고 있다. 타에즈=AFP 연합뉴스

10일 예멘의 한 어린이가 세계식량기구(WFP)가 준 음식을 받아가며 환하게 웃고 있다. 타에즈=AFP 연합뉴스

"처음 (수상 축하) 문자를 받았을 때 뭔가 싶었죠. 뉴스를 보고나니까 그제서야 와닿았어요."

2020년 101번째 노벨평화상 수상의 영광은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에게 돌아갔다. 글로벌 기구답게 9일(현지시간) 노벨평화상 수상 당시 현 사무총장인 데이비드 비즐리 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지사는 나이지리아의 사하라 사막 인근에 있었다. 이에 톰슨 피리 대변인이 이날 유엔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브리핑을 열고 WFP를 대표해 수상 소감을 발표했다.

이에 한국일보는 15일 안날리사 콘테 WFP 제네바 사무국장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콘테 사무국장은 1996년 WFP에서의 활동을 시작, 최근까지 케냐에서 WFP 대표와 국가국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탈리아 베니스대에서 지역계획학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WFP에 활동하기 전까지 베네치아대에서 폴란드와 체코의 경제 발전과 불평등에 관한 연구활동을 펼쳐왔다.

1961년 설립된 WFP는 식량원조를 통해 기아 퇴치를 목표로 하는 세계 최대 인도주의 기구다. 전 세계 80여 개 나라에 사무소를 운영하는 WFP는 매년 약 88개 나라 1억명에 가까운 빈곤층을 돕고 있다. 현재 약 36개 회원국이 WFP의 집행이사회 이사국에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은 2011년부터 이사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WFP는 올해 북한 주민 54만5,000명에게 영양ㆍ생계 지원을 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세계 기아 문제는 더 심각해져"


안날리사 콘테 세계식량계획(WFP) 제네바 사무국장이 15일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스카이프 캡처

안날리사 콘테 세계식량계획(WFP) 제네바 사무국장이 15일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스카이프 캡처

콘테 사무국장에게 수상 당시 상황을 물어봤다. 코로나19 때문에 재택 근무를 하고 있던 그는 갑작스럽게 "축하한다"는 문자를 받고 어리둥절했다고 했다. 그는 "집에 있던 까닭에 아예 (수상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면서 "그래서 뉴스를 틀어보니 온통 노벨상 그림이더라. 그제서야 수상을 실감했다"고 회상했다. 콘테 사무국장에 따르면 비즐리 사무총장 또한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수상 소감을 말하던 콘테 사무국장은 연신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사실 올해 노벨평화상은 코로나19와의 전쟁 최전선에 있는 세계보건기구(WHO)에 돌아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WHO가 아닌 WFP가 노벨평화상의 주인공으로 선택됐다. "왜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콘테 사무국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기근 문제가 심각해 진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유엔이 전 세계 기아퇴치를 뜻하는 '제로 헝거(Zero Hunger)'를 제시한 2015년에만 해도 2030년이 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분쟁ㆍ기후위기 등으로 상황은 점점 나빠졌고 현재 6억9,000만명의 사람들이 매일 배를 굶은 채 잠에 든다"고 말했다.

(유엔은 2015년 9월 지속가능 개발목표(SDGㆍ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선정했다. 여기에는 2030년까지 성취해야 할 17가지의 주제가 담겨 있는데, '제로 헝거'는 빈곤 퇴치와 함께 SDG의 최우선 목표가 됐다.)

"코로나19 상황 속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사 역할"

세계식량계획(WFP)가 9일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 있는 WFP 본부 건물 주변에 취재진이 몰려 있다. 로마=AP 연합뉴스

세계식량계획(WFP)가 9일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 있는 WFP 본부 건물 주변에 취재진이 몰려 있다. 로마=AP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설상가상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악재까지 겹쳐졌다. 콘테 사무총장은 "전 세계 1억1,000만 인구가 코로나19로 인한 빈곤에 처해졌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은 빈곤 나아가 기근으로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코로나19로 하늘길까지 막히니 식량 공급에도 어려움이 생기게 됐다"고 덧붙였다. 노벨평화상 수상 당시 피리 대변인은 "거의 모든 민항기 운항이 중단됐을 때 WFP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사였다"라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코로나19의 확산 상황에서도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해 WFP는 식량과 구호 물자를 실어 나르고 이를 나눠주는 활동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WFP는 바이러스와 전쟁까지 치르고 있다. 콘테 사무국장은 "우리는 에볼라 바이러스도 맞선 경험이 있지만 현장의 위험은 여전하다"며 "몇몇 동료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숨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재 WFP는 식량뿐 아니라 마스크나 장갑, 의료 물자 등도 함께 나누고 있다.

9일 베리트 레이스 안데르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오슬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라는 전 세계 비상 상황 속에서 굶주림의 희생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WFP가 인상적 역량을 보여줬다"며 "식량이 최고의 (코로나19에 대항하는) 백신"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콘테 사무국장은 "식량은 생존의 필수품이다. 사람은 식량이 없으면 죽는다"라며 "하지만 식량 문제 하나가 해결되면 분쟁ㆍ내전이나 (바이러스에 대비하는) 면역력 강화 등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다"고 덧붙였다.

"자국 이기주의 심해져 운영 비용 마련에 어려움 커져"

안날리사 콘테 세계식량계획(WFP) 제네바 사무국장이 15일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스카이프 캡처

안날리사 콘테 세계식량계획(WFP) 제네바 사무국장이 15일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스카이프 캡처

콘테 사무국장은 "기후변화나 코로나19 등으로 기근과 그에 따른 비용은 커졌는데 기부 등 국제적 도움은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에 따르면 5년 전 한 해 40억달러의 예산을 썼던 WFP는 현재 90억달러를 쓴다.

하지만 콘테 사무국장에 따르면 현재 이들이 지원받는 금액은 70억 달러에 불과하다. 약 30%의 예산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WFP는 각국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개인으로부터 기금을 받아 구호 활동 재원으로 사용한다. 이마저도 실제로 WFP가 필요로 하는 금액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콘테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은 자국 이기주의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9일 "노벨위원회가 유엔 산하 기구를 인정했다는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이 국제기구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공개적으로 철회한 데 따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제사회의 공조보다 자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리더들을 향해 우회적으로 경고를 날린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콘테 사무국장은 "이번 수상은 단순히 WFP의 활동을 칭찬하려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6억9,000만명이 굶주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려주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 억만장자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해 1년? 충분하지 않습니다. 최소 몇 년 동안 꾸준히 노력해야 하죠. 그저 식량을 제공하는 게 (해결의) 전부가 아니에요. 최종 목표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돌볼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억만장자의 돈이 들어온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습니다. 전 세계 정부와 NGO 등 다각적이고 폭넓은 분야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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