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대중화 렘데시비르 "사망률 못 낮춰"
개발 난항에 검증 안된 中ㆍ러 백신 퍼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ㆍ백신 개발이 계속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부작용 우려로 인한 임상시험 중단 소식이 연이어 들리더니 치료 효과가 크다고 알려졌던 유력 후보 치료제도 “쓸모 없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판단이 나왔다. 더딘 개발 속도에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중국ㆍ러시아 백신만 마구잡이로 유통될 가능성이 커졌다.
로이터통신은 15일(현지시간) WHO가 코로나19 입원 환자 1만1,26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대 실험에서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가 환자의 입원 기간을 줄이거나 사망률을 낮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치료제 후보군의 효능과 안전성 검증을 위한 다국적 임상시험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극찬한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로피나비르, 항바이러스제 인터페론 등 함께 시험한 다른 치료제 후보군도 전부 사망률을 낮추는 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된 렘데시비르는 몇 안되는 코로나19 치료제 중 비교적 활발하게 사용돼 유력 치료제 후보로 꼽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린 뒤 처방받은 약품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15일까지 62개 병원에서 611명의 환자에게 투여됐다.
이번 WHO 연구 결과는 코로나19 의약품 개발에 대한 비관적 전망 수위를 급격히 끌어 올렸다는 평가다. 앞서 12, 13일에도 존슨앤존슨의 백신과 일라이릴리 치료제 임상이 안전 우려로 중단된 터라 실망감은 훨씬 컸다.
더 큰 문제는 ‘풍선 효과’다. 코로나19 백신ㆍ치료제 개발이 잇따라 좌초되면서 효능과 안전성 논란에 휩싸인 중국과 러시아의 ‘속성 백신’만 활개칠 우려가 커진 것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맞서 국제사회 영향력을 키우려고 ‘백신 외교’를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시노팜 백신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최종 단계인 3상 임상을 마쳤고 의료진, 교사 등 수천 명이 접종받고 있다.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도 시노팜 백신 투입을 추진 중이다. 러시아 역시 8월 3상 임상도 하지 않은 백신(스푸트니크 V)을 세계 최초로 승인한 데 14일에는 두 번째 자국 백신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아일랜드의 트리니티대 면역학자 루크 오닐은 “백신 개발은 극도로 심각하고 조심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여기서 안전성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백신(신뢰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게 진짜 위험”이라고 설명했다.
혼란 속 코로나19 확산세는 거세다. 이날 WHO는 최소 9개 유럽 국가에서 신규 확진 환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점 등을 들어 유럽 사망자가 첫 유행 시기인 4월의 4~5배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은 이미 누적 감염이 700만명 대이고, 미국도 최근 한 달 사이 확진자 수가 100만명 증가하면서 이날 800만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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