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비 빼돌리기 계속" 학교 직원 폭로에도?
엉뚱한 부정입학 여부만 조사하는 교육청
박찬대 의원 "짜고 치는 조사 아니냐" 지적
조희연 "교육부와 협의 보완책 마련할 것"
서울의 한 외국인 학교에서 교비 빼돌리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학교 직원들의 내부 고발에 대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관련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교비 횡령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정황이 짙은데도 당분간 손 놓고 기다리겠다는 뜻이어서 국회에서 질타가 나왔다.
국회 교육위원회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서울 반포동의 영국계 외국인학교 ‘덜위치칼리지 서울’(덜위치 서울)에 대한 횡령 의혹에도 교육청이 엉뚱한 조사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문제의 핵심은 학교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외국인 이사들이 해외 도주해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에서도 (교비 빼돌리기와 같은) 이런 일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덜위치 서울에 대한 교육청 조사가 부정 입학과 관련된 부분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본보는 덜위치 서울의 외국인 이사들이 페이퍼컴퍼니로 추정되는 관계사를 여러 개 세워 교재 독점공급과 컨설팅, 대출 등의 명목으로 국내법상 외부 반출이 금지된 교비를 빼가고 있다는 현직 학교 직원들의 폭로를 지난 8월 보도(국비 지원 챙기며 교비 빼돌리는 '요지경 외국인학교')했다.
이들 외국인 이사는 이런 의혹과 별도로 교비로 학교 공사비를 댄 혐의 등이 2018년 2심 재판까지 유죄로 인정돼 적색 수배가 내려지거나 기소 중지된 상태이다. 그럼에도 버젓이 해외에서 학교를 원격 운영하며 교비를 계속 가져간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본보 보도 이후 덜위치 서울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지만, 교비 횡령이 아닌 부정 입학 여부를 들여다 보고 있어 번지 수를 잘못 짚었다는 것이 박 의원의 지적이다. 서울시교육청이 부정 입학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덜위치 서울에 부정 입학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 아니다. 단지 교육청이 매년 외국인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실태점검 항목 중 부정입학 여부가 들어있어서다.
조희연 교육감은 이에 대해 “이 의혹과 관련해 소송이 진행 중이며 일부는 무죄, 일부는 집행유예가 나온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번에 학교 직원들이 내부 고발한 사건과 별개인 교비 공사비 유용 등으로 재판 중인 사안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자 박 의원은 “한국인 이사들은 실질적으로 횡령과 사립학교법에 대해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무죄가 나온 것이며, 이 (교비 빼돌리기) 행위 전체는 심각한 횡령이라는 게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조 교육감은 “교육청 감사보다 더 강력한 검찰 수사로 (기소가) 이뤄진 사안이어서 저희는 지금 재판 결과를 가지고 단호하게 하려고 대기 상태에 있다”고 답했다. 검찰이 2015년 수사에서 이미 덜위치 서울의 모든 의혹을 훑고 지나갔을 것이며, 그 때 문제가 없어서 기소조차 되지 않은 사안을 왜 교육청에서 해결하라고 하느냐는 항변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에서야 학교 직원들의 제보로 수면 위로 드러난 관계사를 동원한 교비 빼돌리기 의혹을 검찰이 수사 당시 자세히 들여다봤는지 여부는 교육청이 알 수 없는 일이다. 당시 검찰 조사를 받았던 학교 관계자는 이날 본보에 “당시 검찰은 일부 관계사는 존재도 몰랐고, 다른 관계사에 대해서도 돈이 오간 액수가 적다는 이유로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이사들은 앞으로 영영 한국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어서 지금 빼돌리고 있는 돈을 훗날 유죄 판결이 난다 해도 돌려 받을 길이 없다"며 "그럼에도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교육청이 대법원 판결만 기다리겠다니 답답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 또한 “교육청이 대법원 판결 미확정을 핑계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은 국내 행정 사법 시스템을 비웃으면서 교비횡령을 지속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박 의원은 덜위치 서울에 대한 최근 서울시교육청 조사가 ‘짜고 치는’ 것처럼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도 공개했다. 박 의원은 “교육청 관계자가 덜위치 서울 관계자에게 ‘조금만 있으면 조용해질 것이다’ ‘잘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는데, 대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이에 조 교육감은 “전혀 용납될 수 없는 발언”이라며 “혹시라도 (교육청) 내부의 유착적인 발언이 있다면 강력히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덜위치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외국인학교들이 정부에서 학교 부지와 공사비 등 적잖은 재정 지원을 누리면서도 치외법권처럼 운영되는 문제에 대해 박 의원은 “한번 설립된 외국인학교에 대해 교육청이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없다”고 지적했고, 조 교육감은 “그렇다”고 인정했다.
박 의원은 “외국인학교는 설립 단계, 인허가 단계에서부터 엄격하게 살펴야 하며, 이 부분에 대한 제도적 허점에 대해 교육청이 교육부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조 교육감은 “지금 이 학교(덜위치 서울)에는 내국인 학생들이 20% 정도 다니고 있어 철저한 국내법 체계에 의한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교육부와 협의 틀을 만들어 제도적 보완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반론보도] 「국비 지원 챙기며 교비 빼돌리는 ‘요지경 외국인학교’」 관련
지난 8월 18일자 「국비 지원 챙기며 교비 빼돌리는 ’요지경 외국인학교’」 등의 기사와 관련해 덜위치칼리지 서울 측은 “외국인 이사들이 학교 설립시 관련 부처 및 은행, 건설업체 등과 협상을 주도하지 않았고, 현재까지 횡령이나 사립학교법 위반 등의 혐의와 관련해 확정판결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덜위치칼리지 매니지먼트 서울과 유니온 에듀케이션 매니지먼트는 학교를 지원하기 위한 기능을 수행하는 법인으로서 교비를 이용한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았다. 또한 덜위치칼리지 서울의 건물은 서울시에 기부채납하여 타인에게 처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라는입장을 전해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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