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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 없었던 영국 닐스야드, 수직정원 품고 힙한 장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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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 없었던 영국 닐스야드, 수직정원 품고 힙한 장소로

입력
2020.10.16 01: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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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 마을 살리는 골목길 정원]
<하>영국ㆍ미국에서도 활발

낙후된 지역이었던 영국 런던의 닐스야드는 수직정원 등 골목길 재생을 통해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서울시 제공

낙후된 지역이었던 영국 런던의 닐스야드는 수직정원 등 골목길 재생을 통해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서울시 제공


영국 런던에 가면 꼭 들러야 할 명소 중 하나로 꼽히는 닐스야드. 한 때 지도에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 없는 곳이었으나, 지금은 영국에서 손꼽히는 ‘힙한’ 장소가 됐다. 닐스야드의 ‘반전’은 이 골목 주민ㆍ상인들이 자발적으로 골목을 정비하는데서 시작됐다. 이들은 식품협동조합을 만들어 합리적인 가격에 음식을 제공하고 유기농ㆍ자연주의를 주제로 거리의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골목길 재생에 날개를 달아준 건 ‘수직정원’이었다. 서울시가 용산구 해방촌 자투리땅을 골목길 정원으로 만들었다면, 닐스야드 주민ㆍ상인들은 이곳의 좁은 골목길을 고려해 건물 벽면에 정원을 조성했다. ‘도시에서 우연히 만나는 회화’라 불리는 수직정원은 닐스야드의 알록달록한 건물 외벽과 맞물려 마치 동화 속 숲에 온 것과 같은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이 독특한 분위기에 이끌려 관광객이 찾고, 새로운 상점이 생기면서 닐스야드에는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임주원 미국 텍사스대 알링턴캠퍼스 조경학과 교수는 “녹색 골목길 조성은 지역사회 활성화뿐 아니라, 주민 건강 증진, 주거환경 개선 등을 위해 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남부 ‘사우스 파크’에서 진행된 ‘아발론 녹색골목 프로젝트’는 녹지 공간 확보와 물 순환 체계 개선, 범죄ㆍ보안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진행된 경우다. 빈곤지역인 이곳의 1인당 공원녹지면적(1.70㎢)은 미국국가공원협회(NRPA)의 권장사항(40.47㎢)에 크게 못 미쳤다. 비만과 당뇨, 심장병 등의 발병률도 높아 주거환경 개선이 필수적이었다. ‘2020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온라인 회의’ 일환으로 15일 열린 화상 토론회에서 해당 사례를 발표한 임 교수는 “쓰레기가 널려 있던 골목길 바닥을 재정비하고 나무ㆍ꽃을 심어 안전하고 깨끗한 골목길을 만들었다”며 “빗물이 스며들 수 있는 투수성 블록을 활용해 상습 침수 문제도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아발론 녹색골목 프로젝트'를 통해 깨끗한 골목길로 탈바꿈(오른쪽) 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남부 소재 사우스 파크의 골목길 모습. 미국 비영리단체 트러스트 포 퍼블릭 랜드 제공

'아발론 녹색골목 프로젝트'를 통해 깨끗한 골목길로 탈바꿈(오른쪽) 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남부 소재 사우스 파크의 골목길 모습. 미국 비영리단체 트러스트 포 퍼블릭 랜드 제공


이날 발표자로 나선 푸트라말레이시아대 샴술 아부 바키르 교수도 “넘치는 쓰레기와 취약한 보안, 사회적 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곳곳에서도 골목길 정원 조성 등을 통한 마을 재생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낙후된 골목길에 착시 그림과 벽화를 그려 넣은 ‘캉가 스트리트 아트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도시재생 방법으로 떠오른 골목길 정원이 활성화하려면 무엇보다 지역주민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발론 녹색골목 프로젝트만 해도 2009년 주민협의회를 구성하면서 시작됐다. 지역민들과의 개별 인터뷰를 통해 요구사항을 녹색 골목길 설계에 반영하고 사업 추진을 위한 마을 활동가 육성, 학교 수업과 연계해 녹색 골목길 관리를 하는 등 사업계획수립부터 진행, 유지까지 모두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윤호준 조경하다 열음 대표는 “골목길 정원 연착륙을 위해선 특히 마을 활동가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정된 인력 탓에 지방자치단체에서 전담하기 어려운 관내 동네 정원 관리를 마을 활동가에게 맡기면 이들이 다른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면서 자연스레 골목길 정원 문화가 확산하고, 그로 인해 또 다른 낙후지역에도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서울시에선 2015~2018년 월드컵 공원 등에 만들어진 59곳의 정원을 관리하는 시민정원사 60명과 지난해 해방촌 일대에 조성된 골목길 정원을 살피는 마을정원사 11명이 활동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내년 5월로 연기된 ‘2020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발맞춰 도시재생지역인 서울 중구 중림동ㆍ만리동에 조성될 32개 골목길 정원을 관리할 마을정원사 20명도 최근 모집했다. 이번 서울국제정원박람회의의 주제는 ‘정원을 통한 지역ㆍ일상ㆍ사람의 연결’이다.

최윤종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2013년부터 시민정원사 양성 교육을 진행해 지금까지 420여명을 배출했다”며 “낙후된 마을을 되살리는 마을정원 문화가 뿌리내리고 지역주민들도 여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마을재생의 씨앗 역할을 하는 시민정원사를 지속 양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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