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위험 알려주는 공동대응안 마련
대부분 확산 거세 경고체계 있으나마나
佛, 파리 야간통금 등 자체 통제안 택해
유럽연합(EU)이 ‘코로나 신호등’을 도입한다. 27개 회원국간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 상황을 공유해 안전한 역내 이동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코로나19 재확산 공포가 닥치면서 1차 대유행 때처럼 국경을 막았다간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감당할 수 없어 내놓은 고육책으로 보인다. 문제는 심각한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대응책으로 별로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14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 등에 따르면 EU는 최근 지역별 코로나19 위험 수준을 기반으로 빨강, 주황, 초록으로 구분해 표시하는 코로나 신호등을 매주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 홈페이지에 게재하기로 했다. 회원국 스스로 위험지역을 설정하고 이동제한을 두면서 불거진 혼란을 해소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핵심 기준은 최근 14일간 주민 10만명당 신규 감염률과 코로나19 양성반응 비율이다. 가장 양호한 상태인 초록은 인구 10만명당 신규 확진자 수가 25명 이하이고, 코로나19 양성 반응 비율이 4% 아래인 경우다. 각각 50명과 4%를 기준으로 수가 적으면 주황, 많으면 빨강이 된다. EU는 이런 지표에 근거해 입국자의 코로나19 검역ㆍ검사 기준을 마련하도록 회원국에 권고한다.
야심찬 계획이라지만 회의론부터 터져 나왔다. 도시 내 이동마저 어려운 지역이 늘고 있고 초록에 해당하는 국가가 거의 없을 만큼 현재 유럽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탓이다. 유럽은 지난주 처음으로 하루 평균 코로나19 환자가 10만명을 넘어선 후에도 좀처럼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전 세계 감염자의 3분의1이 유럽에서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확산세가 두드러진 체코에선 지난 2주간 5만8,98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입원도 봄철 유행 당시의 6배에 달해 일반 수술을 취소했음에도, 벌써 451명이 목숨을 잃었다. 신호등 체계가 사실상 쓸모 없다는 얘기다.
DW는 또 “신호등 체계에 따른 입국 검사 등은 모두 권고사항으로 회원국 자체 제한조치가 우선한다”고 했다.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EU는 정작 마스크 착용 의무화나 격리기간 단일화 등 당장 필요한 공동 대응책은 합의조차 하지 못했다.
유럽 각국은 결국 각자도생을 택하고 있다. 경제 타격 우려에도 거침없는 코로나19 확산세에 어쩔 수 없이 봉쇄의 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7일 동안 세계 최다 감염(12만명) 국가인 프랑스는 이날 파리를 포함한 수도권과 8개 지역에 대해 17일부터 최소 4주간 야간통행(오후 9시~오전 6시)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전날 확진자 수(5,132명)가 일주일 전의 두 배를 넘긴 독일도 개인모임을 규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또 네덜란드는 앞서 13일 오후 10시 이후 모든 술집과 카페, 식당의 문을 닫았고, 유럽에서 코로나19로 가장 많이 숨진 영국은 북부지역부터 적용한 이동제한 조치를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영국 정부의 감염병 자문위원장인 그레이엄 메들리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서 “대다수 시민이 앞으로 분명 더 강경한 규제 아래 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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