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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반정부 시위대의 진짜 타깃은 46조 축재한 국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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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반정부 시위대의 진짜 타깃은 46조 축재한 국왕

입력
2020.10.15 17:30
수정
2020.10.15 18:17
14면
0 0

와치랄롱꼰 국왕,? 부ㆍ권력 확대에만 골몰
코로나 사태에도 독일로 피신해 정치 개입
정부, 현 국왕 귀국하자 강경 비상조치 발동
핵심 지도부 체포... 시위 지속 중대 기로에

14일 오후 태국 방콕 도심에서 경찰 병력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반정부 시위 참석자들의 총리실 행진을 저지하고 있다. 방콕=연합뉴스

14일 오후 태국 방콕 도심에서 경찰 병력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반정부 시위 참석자들의 총리실 행진을 저지하고 있다. 방콕=연합뉴스

‘왕실 개혁’을 촉구하는 태국 반(反)정부 시위대가 진짜 겨냥하는 대상은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현 국왕이다. ‘왕실모독죄’ 뒤에 숨어 부와 권력만 탐하는 국왕을 태국 국민은 더 이상 존경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왕의 부패는 정부의 관심사가 아니다. 정권 유지를 위해 신성불가침 영역인 왕실의 권위만 필요할 뿐이다. 실제 태국 정부는 외유 중이던 국왕이 입국하자 기다렸다는 듯 강경조치를 발동하며 본격적인 시위대 탄압에 돌입했다. 태국 민주주의의 불씨가 또 다시 꺼져가고 있다.

15일 태국 일간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전날 수도 방콕에서 1만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반정부 시위 도중 인근 지역을 지나던 와치랄롱꼰 국왕의 차량과 시위대가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국왕의 탑승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들은 시위 상징인 손가락 세 개를 들어 보이며 왕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과거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현 국왕에 대한 반발이 그 만큼 크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도 그럴 것이 ‘살아있는 부처’로 불렸던 선친 푸미폰 아둔야뎃(라마 9세) 국왕과 달리 와치랄롱꼰 국왕은 2017년 왕위 승계 후 축재에만 골몰했다. 태국 재무부 통제 하에 있었던 왕실재산관리국(CPB)을 직속으로 만들어 최소 400억달러(46조원)에 달하는 왕실자산을 모두 국왕 개인에게 귀속시켜버렸다.

돈 욕심뿐 아니라 권력욕도 남다르다. 태국 헌법상 국왕은 상징직인 국가원수에 불과하나, 현 국왕은 지난해 총선에서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를 공개 지지하며 보수파에 잔뜩 힘을 실어줬다. 게다가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자 올해 3월 독일로 피신해 원격으로 국내 정치를 맘껏 주물렀다. 사치만 일삼고 국민의 고통을 보듬지 않는 국왕을 곱게 바라보는 이는 드물었다. 오죽하면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태국을 통치하는 행위가 독일 영토에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경고까지 했다.

민심을 잃은 국왕이지만 태국 집권층은 입헌군주제의 속성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시위대가 사흘 동안 농성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마자 태국 정부는 이날 새벽 국왕에 대한 도전을 명분 삼아 5명 이상의 집회를 금지하고 비판 보도를 불허하는 내용의 비상조치를 전격 선포했다. 시위 주동자 20여명도 즉시 체포됐고, 1,000여명의 동조자들도 강제 해산시켰다.

집권 세력의 기습 반격에 시위대는 우왕좌왕하고 있다. 가뜩이나 14일 예고한 전국 총파업이 사실상 실패한 상황에서 지도부까지 와해된 탓이다. 여기에 왕실을 지지하는 왕당파의 조직적 방해도 거세지고 있다. 시위대의 한 핵심 인사는 매체에 “고교생 등 젊은층의 집회 참석이 늘고 있는 등 희망은 아직 남아 있다”고 했으나 현실은 정부의 승리로 끝나가는 분위기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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