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합참의장 자가격리 중 화상으로 참여
韓 국방장관, 공군기로 방미... 일정 축소
공동기자회견 취소... "美대선 때문" 해석
韓美 불협화음 우려에 외교결례 논란도
한국과 미국 국방당국의 연례 최고위급 회의체인 한미안보협의회(SCM)가 올해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민항기가 아닌 공군기를 타고 미국에 도착해 동선과 일정을 최소화해야 했고,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예정됐던 공동 기자회견을 갑자기 취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미국 대선 때문이기는 하지만, 한미 간 불협화음이 노출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미 양국은 매년 가을 서울과 워싱턴에서 번갈아 SCM을 열어 군사 현안을 조율하고 있다. 올해 52차 SCM은 미국 주최로 워싱턴 인근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14일(현지시간) 열렸다.
하지만 회의 전부터 변수가 생겼다. 미군 해안경비대 부사령관이 지난 5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가 자가격리에 들어간 것이다. 이 때문에 SCM 개최가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다행히 확진자가 추가로 나오지 않으면서 예정대로 SCM이 진행됐고, 밀리 의장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했다.
코로나19는 서 장관 방미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수행원을 최소화했고 국방부 기자단도 동행하지 못했다. 공군 KC-330 공중급유기를 타고 13일 오후 미국에 도착한 서 장관은 이날 오전부터 헌화, 의장대 사열, SCM 참석 등 핵심 일정만 소화한 뒤 곧바로 귀국길에 올랐다.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이 미국에서 열리는) SCM에 오면 역대 한미연합사령관이나 연구소 학자들도 만나는데 이번에는 샤프ㆍ브룩스 전 사령관과 통화만 했다"고 전했다.
매번 빼놓지 않았던 양국 장관의 공동기자회견이 급작스레 취소된 것도 논란이었다. 이 관계자는 "에스퍼 장관이 지난 8월 이후 외국 장관 등과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13일 저녁 미국 측에서 정중히 양해를 구해 왔다"면서 "SCM 주최국이 정하는 대로 따라가는 관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3주도 남지 않은 미국 대선 일정 때문일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 정부가 동맹을 비즈니스 대상으로 삼는다는 비판여론이 환기되는 자리를 피하려 했을 거란 얘기다. 실제 에스퍼 장관은 서 장관 면전에서 SCM의 직접 현안이 아닌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을 거듭 압박했고, 주한미군 축소 카드를 지렛대로 삼는 듯한 태도도 여전했다. 해외주둔 미군과 동맹 방위 비용 축소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재확인하되 미 언론들의 불편한 질문 공세는 피하려 했음직하다.
미국 측 요구 이후 한국 측은 문제를 제기했지만, 미국 측이 내부 사정 등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한국도 결국은 공동 기자회견 취소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양국은 그동안 비공개였던 SCM 초반 두 장관의 모두발언을 언론에 공개했다.
그러나 8월부터 에스퍼 장관이 다른 나라와 국방장관 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던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한미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또 관례가 된 일정을 갑자기 취소하자고 한 미국의 외교적 결례도 함께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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