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잉 파워로 대량 구매 후 초저가로 판매
초기엔 와인 장벽 낮추기에 집중
초저가에서 중고가로 구매 이어지도록
구매 확대 및 시장 저변 키우기 경쟁
대형마트들이 초저가 와인 경쟁에 뛰어들었던 이유가 숫자로 확인되고 있다. 와이너리로부터 대량으로 구매해 단가를 낮춰 소비 진작을 이끌어내면서 점차 중고가 상품까지 구매가 이어지도록 하는 저변 확대 효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가 지난 6월 3,900원(스페인산 레알 푸엔테)에 판매하기 시작한 초저가 와인이 출시 한달 만에 초도물량 40만병이 완판됐다. 매일 평균 1만병씩 팔려나간 셈이다. 롯데마트는 추가로 50만병을 수입해 이달부터 다시 판매하기 시작했다.
초저가 와인 경쟁은 이마트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9월 칠레산 와인 도스코파스를 4,900원에 판매하며 호응을 얻자 홈플러스가 올 3월 호주산 와인 체어맨과 4월 미국 캘리포니아산 카퍼릿지를 각각 4,900원에 내놨다. 롯데마트까지 참전하며 4,000원 가격 선까지 무너진 것이다.
저렴한 가격에 마진은 제한적이지만 대형마트들이 적극적인 이유는 일단 진입 장벽을 낮춰두면 전체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초저가 와인을 경험하다 보면 상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고가 상품 구매로 연결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실제 롯데마트 3분기 와인 매출은 지난해 3분기보다 71.4% 증가했다. 와인 구매 고객 중 와인을 처음 구매하는 고객 비중은 55%를 차지했다. 신규 소비자가 유입된 것이다. 롯데마트가 20~40대 여성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와인에 대해 잘 모른다'는 답변이 같은 기간 61%에서 37%로 낮아졌다.
초저가 와인으로 인해 와인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저가뿐 아니라 중고가 와인 매출 신장 효과도 나오고 있다. 현재 롯데마트가 판매 중인 와인은 600여종으로 다양한데, 1~9월 금액대별 와인 매출을 분석해 보니 1만원 이하는 66.4%, 1~3만원은 28.7%, 3~5만원은 48.0%, 5~10만원짜리 와인은 51.7%씩 각각 매출이 늘었다.
앞으로는 가격 경쟁뿐 아니라 충성 고객 확보가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외식이나 회식 등을 자제하면서 집에서 와인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주류는 온라인 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자상거래(이커머스)에 밀린 대형마트들은 와인을 오프라인 점포의 위기 속 기회로 보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이날부터 최대 50~70% 할인하는 와인장터를 진행하면서 중고가 와인 판매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마트에선 프랑스 5대 샤또 와인도 70만원대로 선보인다. 롯데마트는 세계 1위 와인 전문 애플리케이션(앱) '비비노'를 매장에 마련해 두고 본인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다.
김웅 롯데마트 주류MD(상품기획자)는 "매장 내 태블릿PC로 비비노 시연존을 만들어 고객들이 와인 정보를 바로 확인하고 비비노 최고 평점 상품존도 별도로 구성해 어렵게 여겨지던 와인 진입 장벽을 더 낮출 것"이라며 "와인 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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