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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 우수하면 곧바로 신약 성공? 천만에!"

입력
2020.10.16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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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 연구자들 사업화 경험 부족
유효성과 기술 가치 평가에서 고배 다수
논문 발표에 그치는 경우 허다 ?
오송재단-대구경북재단 사업화 가교 역할
“연구자와 기업 연결해 성공 확률 높일 것”

15일 충북 청주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신약개발지원센터에서 한 연구원이 신약 후보물질의 유효성을 평가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오송재단 제공

15일 충북 청주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신약개발지원센터에서 한 연구원이 신약 후보물질의 유효성을 평가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오송재단 제공


최근 10년간(2010~19년) 우리나라에서 허가 받은 국산 신약은 총 16개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신약이 해마다 한두 개씩은 판매 승인을 받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효과가 확인됐다는 신약 후보물질 연구들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걸 감안하면 미미한 수치다. 과학자들은 연구실과 산업 현장 사이의 괴리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라고 토로한다. 연구자들은 기업이 원하는 제품화 조건을 맞추기 어렵고, 기업은 학계의 연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연구자와 기업 사이의 이 같은 간격을 좁히기 위해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과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의 신약개발지원센터가 손잡고 신약개발 연구자와 제약·바이오 기업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에 나섰다. 15일 두 재단은 ‘혁신신약 파이프라인 발굴지원 사업’ 1단계를 올해 말 종료하고 내년부터 2단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1단계에서 중점을 둔 건 신약 후보물질의 유효성과 시장 가치 평가다. 실험실에서 특정 효과를 확인했어도 막상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가면 유효성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물질이 적지 않다. 해당 물질이 제품으로 완성됐을 때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지, 대량 생산은 용이하고 수요는 충분한지, 매출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등의 기술 가치도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국내 헬스산업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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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일하는 과학자들 대부분은 사업화 경험이 없어 이 같은 절차가 생소하다. 우수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했어도 연구논문 발표로 그치는 경우도 많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개발했는데 유효성과 시장 가치가 부족해 상용화가 흐지부지되기도 한다. 이는 연구개발 투자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신약개발 성공 가능성을 낮춘 주요 원인이 돼왔다.

이에 두 재단은 초기 단계부터 유효성과 기술 가치 평가가 이뤄지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연구비를 지원하는 24개 신약 후보물질 연구과제를 대상으로 지난해 6월부터 이 같은 사전 평가를 진행했다. 연구자 대신 국내 적합한 평가 기관을 물색하고, 기술 사업화 전문가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자체 연구 역량도 있어 평가에 필요한 실험을 대행하기도 했다. 비대면 트렌드에 맞춰 사업화 전 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온라인 모니터링 시스템도 개발했다.

15일 충북 청주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신약개발지원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연구성과를 사업화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오송재단 제공

15일 충북 청주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신약개발지원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연구성과를 사업화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오송재단 제공


이렇게 1단계를 통과한 연구과제를 대상으로 두 재단은 내년부터 기업을 참여시켜 기술이전부터 허가 준비까지 상용화 절차를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임상시험용 물질 제조와 투자 유치 등은 기업들 협력 없인 불가능하다. 이태규 오송재단 신약개발지원센터장은 “물질만 좋다고 해서 신약이 나오는 게 아니다”라며 “개발 초기부터 규제와 시장 상황 등을 파악하고 기업과 함께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재단은 미국의 연구개발 지원 프로그램 ‘넥스트(NEXT)’와 덴마크의 바이오 클러스터 ‘메디콘 밸리’를 모델로 삼고 있다. 넥스트는 연구자의 기술 사업화에 필요한 부분을 정부가 연결해주는 제도다. 메디콘 밸리에는 대학과 연구소, 기업이 집중돼 있어 신약개발 초기부터 긴밀하게 협력한다.

이 센터장은 “선진국 모델처럼 연구자와 기업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며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사업에 참여하는 신약개발 인허가 컨설팅 기업 ‘메디팁’의 유정희 대표도 “제한된 시간 안에 임상시험 신청까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지원 사업에는 1, 2단계에 걸쳐 총 38억원이 투입된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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