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바람이 살짝 코끝을 스치는걸 보니 ‘배구 할 때가 됐구나’라는 걸 알게 되네요.”
2020~21 V리그 개막을 코앞에 둔 지난 14일 경기 용인시 현대건설 배구단 체육관에서 만난 양효진(31)은 “잘해야 한다는 각오와 부담감이 있지만 너무 설렌다”며 이렇게 말했다.
양효진은 지난 시즌(2019~20) △공격 성공률 △블로킹 △오픈 △속공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면서 소속팀 현대건설을 정규시즌 1위로 이끌었다. 국내 선수 중 4관왕은 남녀 통틀어 양효진이 유일하다. 당연히 시즌 MVP도 양효진의 몫이었다. 기자단 투표 30표 가운데 24표를 싹쓸이 했다(디우프 3표, 이다영 3표). 2007~08시즌 데뷔 이후 12년 만의 첫 MVP였다. 하지만 양효진은 “지난 시즌 성적은 벌써 다 잊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 성적은 이미 흘러간 것”이라며 “오히려 다가올 새 시즌이 어떻게 펼쳐질지 더 궁금하다”고 말했다.
‘디펜딩 챔피언’ 현대건설의 올 시즌은 순탄치 않다. ‘월드 스타’ 김연경과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이 가세한 흥국생명이 너무나 강해졌다. 반면 현대건설은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왔던 이다영이 빠졌다. 그 자리에 이나연이 보강됐지만 호흡을 맞춘 지 불과 5개월 남짓. 당장 지난 9월 컵대회에서 현대건설은 4강에 만족해야 했다. 양효진은 “흥국생명의 전력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컵대회나 연습경기를 해봐도 6개팀 중 ‘약한 팀’은 없다. 경기 집중력에 따라 성적이 갈릴 것 같다. 그래서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나연의 가세로 달라진 현대건설의 팀 컬러도 기대해 달라고 주문했다. 양효진은 “(예전 세터였던) 다영이가 팀원들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데다 높이가 좋았던 반면, (새 세터) 나연이는 빠른 토스와 세트 플레이가 장점”이라며 “더 완벽하게 손발을 맞춰야겠지만 상대팀이 느끼기에 ‘현대건설이 빨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새 외국인 선수 헬레나 루소(29)에 대한 얘기도 전했다. 양효진은 “의외로 보이는 것만큼 내성적이진 않다”면서 “공 하나를 처리할 때도 ‘대충’이란 게 없다. 몸 관리나 훈련 참여도 등이 진지하고 열정도 대단하다”라고 전했다. 한국 생활도 잘 소화하고 있다고 한다. 양효진은 “배구는 팀 스포츠다. 본인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팀 방향이 이렇다면 함께 가야 하는 게 배구다”라며 “루소가 바로 그런 스타일이다. 팀 스포츠에 잘 어울리는 선수다”라고 평가했다.
리그에서 젊은 선수 중 좋은 센터 자원들이 나오는 점도 기대했다. 양효진은 “재작년부터 좋은 센터 후배들이 많이 나온다”면서 “당장 제 신인 시절과 비교해도 파워와 스피드가 훨씬 좋아졌다. 그래서 저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웃었다.
최근에는 김연경의 개인 방송 ‘식빵 언니’에 김수지(기업은행) 등과 함께 출연해 ‘국가대표 절친 케미’를 뽐냈다. 양효진은 “(연경) 언니가 같이 하자고 제안해 흔쾌히 응했다. 평소에도 너무 친한 사이라 평상시 모습대로 찍었는데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다”며 웃었다. 개인 방송 욕심은 없느냐는 질문엔 “재미있을 것 같지만 막상 하다 보면 △구독자수 △조회수 등에 얽매일 것 같다”면서 “난 ‘멀티’가 잘 안 된다. 그냥 배구만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며 웃었다.
새 시즌 목표는 당연히 팀의 우승이다. 지난 시즌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시즌이 중단되는 바람에 ‘우승’이 아닌 ‘정규 시즌 1위’라는 개운치 않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그래서 올시즌 유관중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일단 17일 개막전은 무관중으로 진행한 뒤 유관중 전환 시기를 논의할 예정이다. 양효진은 “지난 시즌 일부 경기와 컵대회 등 무관중 경기를 치르면서 신이 나지 않아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래도 올 시즌은 생각보다 빨리 유관중 경기를 치를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선수들도 매우 좋아한다”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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