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뜨락요양병원 14일까지 53명 감염
전파 오래 지속된 듯... "취약시설 촘촘히 방역을"
해외 유입 하루 30명대…거리두기 완화 부작용 우려
부산의 요양병원 한 곳에서 하루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52명이나 쏟아져 나오는 등 지난 12일부터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완화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는 오히려 속도를 내고 있다. 더구나 해외유입 확진자도 금주 들어 하루 30명대로 치솟으면서 방역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거리두기 완화에 대해 "자신감에 근거했다"고 말하며 추가적인 방역 수위 조절 가능성마저 언급했지만, 취약시설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기세를 올리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지속가능한 방역을 위해 기준(일일 신규 확진자 50명 이하 등)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서둘러 거리두기를 완화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음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요양병원 코로나19 전파 오래 지속" 추정
14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부산 북구 만덕동 해뜨락요양병원에서 전날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후, 접촉자 조사 중 이날 오전까지 52명(사망 1명 포함)이 추가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환자 42명과 간호사와 간병인 등 종사자 11명이 감염됐다.
전날 이 병원 간호조무사가 처음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이미 상당 기간 전파가 계속됐던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일 저녁 발열증상이 나타났던 이 간호조무사 한 명으로부터 수일 만에 52명이 감염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표환자를 이 간호조무사로 본다면 정부가 거리두기를 1단계로 하향 조정하기 앞서 진행된 집단감염인 셈이다.
비록 정부가 거리두기를 완화한 게 이번 집단감염을 촉발하지는 않았더라도 취약ㆍ고위험시설에 대한 촘촘한 대책 없이 1단계로 낮춘 것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최원석 고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지속가능한 방역에 초점을 두고 1단계로 낮췄고, 이에 따라 어느 정도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감내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코로나19의 피해를 심각하게 입는 고령자들이 집단으로 모여있는 시설을 방어하는 것은 1순위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거리두기를 완화하더라도 고령자 보호는 어떻게든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요양병원, 정신병원 등은 감염에 취약한 구조라서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현장 방문을 통해 감염 관리 현황을 점검해 미흡한 점을 개선하는 등 감염 관리 체계를 갖추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해뜨락요양병원 입원자 다수는 마스크를 착용하기 힘든 고령의 치매환자들이다. 자칫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방문자 증가로 대규모 확산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이러한 우려에 따라 정부는 이날 수도권 노인ㆍ정신병원 종사자와 노인주간보호시설 이용자 16만명에 대한 전수 코로나19 진단검사 실시 계획을 밝혔다.
해외 유입 이틀째 30명대... 단풍놀이 '집중 관리'
해외에서 유입되는 확진자 증가 추세도 심상치 않다. 하루 10명 안팎을 기록하던 해외 유입 확진자는 13일 33명, 이날 31명 등 이틀 연속 30명 넘게 발생하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해외에서 들어오는 입국자 자체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지만, 10월 이후 미국, 유럽, 아시아 등에서 코로나19가 상당히 증가하고 있어 확진자 비율 자체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단풍 절정기인 이달 17일~다음달 15일을 집중관리 기간으로 정해 코로나19 방역을 강화할 예정이다. 전세버스 운송사업자는 QR코드를 이용해 버스 탑승객의 명단을 의무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또 버스 안에서 춤이나 노래를 부르다 적발될 경우 여객법에 따라 사업 정지 등으로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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