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구기동 북한산국립공원 인근에 사는 김성종(62)씨는 지난 주말 북한산 등산을 갔다가 깜짝 놀랐다. 불과 3주 만에 북한산 등산객들의 마스크 착용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대부분 등산객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고 있었지만, 이번엔 반대로 마스크를 착용한 등산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가을 단풍놀이를 즐기려는 등산객이 눈에 띄게 늘어난 상황에서, 북한산의 마스크 예절은 오히려 퇴보한 것이다. 김씨는 “가뜩이나 코로나 여파로 야외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는데, 국립공원의 방역 실태가 느슨해지는 모습들이 보여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가을 단풍철을 맞아 탐방객이 늘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면서, 사람이 몰리는 가을 산의 ‘단풍 방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수도권의 한 산악 모임에서 집단 확진자가 40여명 넘게 발생한 사례에서처럼, 산이 결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안전지대가 아님에도 상당수 등산객의 방역 의식이 느슨해진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단풍객 인산인해… 출입금지선 넘고 음식 나눠 먹어
11일 낮 12시 방문한 북한산국립공원 사모바위 정상은 수십명의 등산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코로나 이후 등산을 즐기게 됐다는 대학생 김모(21)씨는 “실내 운동이 너무 답답해서 나오게 됐다”며 “코로나19가 걱정되지만 마스크를 착용한다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립공원공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 달에만 전국 22곳 국립공원에 총 248만여명의 탐방객이 다녀갔다.
이날 사모바위를 방문한 대부분 등산객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과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지도 않았다. 알록달록한 등산복 차림의 중년 등산객뿐만 아니라 운동복에 러닝화를 착용한 청년 등산객까지, 서로 1m도 채 안 되는 거리를 두고 등산로를 이동했다. 출입금지선을 단체로 넘어가 돗자리를 펴놓고 음식을 나눠 먹거나, 사진이 잘 나오는 명소에서 촬영을 하기 위해 다닥다닥 붙어 선 경우도 있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한 등산객은 “정부가 국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지시한 것”이라며 “야외에서는 감염병에 걸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마스크 필수ㆍ뒤풀이 없는 산행을"
그러나 "등산엔 마스크가 필요 없다"는 일부 등산객의 호언과 달리, 전문가들은 야외 활동이라도 마스크 착용은 필수라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단풍놀이를 가더라도 안전하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산을 오를 땐 최소 1m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등산 후 식당이나 주점에서 뒤풀이 할 때 전염되는 사례가 많다”며 “뒤풀이 없는 산행을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이달 하순부터 다음 달 초까지 단풍이 절정에 달하는 시점에 맞춰 단풍놀이 관광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자, 국립공원공단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공단은 전국 국립공원 주차장 21곳에 대해 16일부터 다음날 15일까지 단풍객을 실어나를 대형버스의 진입을 금지한다. 또 공원 정상부, 전망대, 쉼터 등 등산객이 집중적으로 모일 수 있는 58개 장소에 출입금지선을 추가로 설치하고 설악산 내장산 국립공원에서 운영 중인 케이블카 탑승 인원도 50%로 제한적으로 운행해 등산객이 분산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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