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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멋진 테루아인가

입력
2020.10.14 22: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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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라는 뮤지컬 서편제의 노래처럼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지’ 하다가도 소셜미디어의 딴 세상을 사는 것 같은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놀라곤 한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테루아(Terroir)가 있는 듯하다. 테루아는 기후나 토지 환경에 따라 똑같은 와인용 포도씨를 심어도 다른 맛과 향이 나는 것을 말한다. 여기, 멋진 소셜미디어 속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며 그들의 코어(coreㆍ중심) 테루아를 한번 알아보자.

첫 번째 전수경 음악감독이다. (인스타그램 ID: sookyung_jun) 똑 부러진 인상에 세련된 스타일링을 보여주는 한 아이의 엄마이자 회사의 부사장인 이 시대의 워킹맘이다. 이 외에도 요리와 플레이팅으로도 유명한데 얼마 전 편스토랑에서 이영자씨 편에 부엌을 빌려주는 편에도 등장할 정도다. 그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아이의 음식을 챙기는 엄마이기도 하지만, 그는 자신을 위해서 요리를 하고 플레이팅하며 먹고 나누는 것을 즐기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그의 일과 삶을 풍요롭게 하는 코어 테루아이자 삶의 원동력은 식도락일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 석정혜 디자이너이다. (인스타그램 ID: seokjno1) 그는 가방 브랜드 분크의 대표다. 분크는 요즘 여성들에게 20만~30만원대의 명품스러운 휘뚜루마뚜루 가방으로 유명하다. 그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어느 코디에나 착 붙는다는 분크 가방의 비밀을 알 수가 있는데 다양한 소재, 컬러, 스타일의 패션을 그리 크지 않은 키로도 멋스럽게 소화해 낸다. 이토록 다양하게 많이 입어 보고 스타일링하는 사람이니 그가 만든 가방이 팔방미인일 수밖에! 그만의 코어 테루아는 패션 그 자체를 즐기는 호기심이 영감인 듯하다.

세 번째 김미경 작가다. (인스타그램 ID: mikyungkim_kr)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유명 방송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옷 만들고 AI를 공부하며 운동으로 자신을 단련시키는 등 늘 배우고 도전하는 모습은 계속해서 보고 싶고, 응원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의 인스타그램에서는 그릿(Gritㆍ의지)이란 단어가 계속 떠오른다. 재능이 전부가 아닌 끝까지 해냄 또는 100회 하면 끝날 것을 마지막에 107회 해내며 자신의 한계를 재설정하고 재능을 넘어서 버리는 것이다. 그의 코어 테루아는 그릿이었고 그릿이며 그릿일 것이다.

네 번째 장명숙 크리에이터이다. (유튜브 ID: 밀라논나) 이토록 격조 있고 스타일리시한데 담백한 할머니가 있다니! 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인물이다. 밀라논나라는 그의 유튜브에서 자주 나오는 ‘우리 아미치들(amicㆍ친구)~’이라는 멘트를 들으며 보고 있자면, 나이가 들면 자기 모습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다. 감히 그의 코어 테루아를 짐작해 보자면, 그건 이탈리아도 패션도 아닌 자신을 잘 파악하고 돌보는 그만의 루틴(routineㆍ규칙적인 일상의 틀)이 아닐까?

혹자들은 소셜미디어가 질투의 산물이라고도 한다. 질투는 선망의 또 다른 얼굴이다. 그들만의 테루아를 만든 이들을 발견한다면, 포도씨와 같은 그들의 재능을 선망하고 그들의 코어 테루아를 배우고 원동력 삼아 지금보다 ‘나’를 더 풍요롭게 살아가고 살아지게 하자! 라이프스타일의 진정한 테루아는 ‘배움’에 있으니…



박소현 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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