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日 총리가 동남아를 첫 순방지로 선택한 이유는

남중국해는 日 경제ㆍ안보와 직결된 요충지
베트남ㆍ인니 등과의 협력으로 中 견제 포석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달 16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취임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오는 18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방문한다. 지난달 16일 총리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동남아시아를 선택한 것은 중국 견제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도통신은 14일 스가 총리가 첫 해외 방문지로 동남아를 택한 배경에 대해 "미중 간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위해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남중국해 등에 대한 중국의 해양진출을 경계하는 국가들과 경제ㆍ안보 분야의 연계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스가 총리가 베트남 방문 기간에 양국 간 방위장비 수출과 관련한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협정이 체결되면 일본에서 생산한 방위장비를 베트남에 수출할 수 있는 법적인 틀이 마련된다. 일본의 방위장비 수출 협정이 체결되면 필리핀, 말레이시아에 이어 세 번째다. 일본은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회원국들과도 협정 체결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은 일본과 중동을 연결하는 해상 교통로인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무역과 에너지원 수입 경로로 일본의 경제와 안보에 직결되는 요충지다. 남중국해 질서 유지와 중국의 해양 진출 견제를 염두에 두고 안보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다. 아울러 일본은 인도ㆍ태평양 구상 실현을 위해 아세안 국가들의 참여도 모색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전날 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 4개국 간 안보협의체 쿼드(Quad)에 대해 인도ㆍ태평양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경계한 것과 관련해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베트남은 경제 분야에서 일본의 주요 파트너다. 일본의 베트남에 대한 직접투자액은 2018년엔 83억4,300만달러로 1위였고 2019년엔 28억9,100만달러로 4위였다. 베트남에 투자된 일본 자본은 총 581억달러(약 66조6,400억원)로 일본의 외국에 대한 직접투자액의 15.5%에 이른다.

일본은 인력난 해결을 위해서도 베트남과의 관계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2016년 이후 일본에 입국한 외국인 기능실습생 중 베트남인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인도네시아는 4위다.

요미우리신문은 스가 총리가 베트남 방문에서 일본으로 공급되는 의료용품 등의 공급망 강화에도 양국이 협력하는 방침을 확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급망의 다원화와 탈중국화 추진에 있어 주요 대상국이란 설명이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