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 비즈니스 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왼쪽은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 공항사진기자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박 7일 일정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14일 귀국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8일 대한항공 전세기편으로 네덜란드로 출국했으며 이날 오전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이 부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단했던 글로벌 현장 경영을 재개한 것은 지난 5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방문 이후 5개월 만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을 위해 출국한 이 부회장은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반도체 노광기 제조업체인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버닝크(Peter Wennink) 최고경영자(CEO)와 마틴 반 덴 브링크(Martin van den Brink) 최고 기술 책임자(CTO) 등을 만나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도 함께 배석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버닝크 CEO는 이번 만남에서 7나노(nm) 이하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장비 공급계획과 운영 기술 고도화 방안, 인공지능(AI) 등 미래 반도체를 위한 차세대 제조기술 개발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ASML은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부문 1위 달성에 필요한 EUV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기업이다. EUV 노광 기술은 극자외선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것으로 기존 기술보다 세밀한 회로 구현이 가능해 최첨단 고성능ㆍ저전력ㆍ초소형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기술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를 추격하며 기술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차세대 반도체 구현을 위해 안정적인 고성능 EUV 장비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이 부회장은 이날 직접 ASML의 반도체 제조장비 생산공장도 방문해 EUV 장비 생산 현황을 직접 살펴보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ASML은 26대의 EUV 노광기를 독점 출하했는데 TSMC 판매 비중이 40%에 달한다”며 “이번 이 부회장의 방문은 TSMC를 따라잡기 위한 삼성전자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길에 스위스 IOC(국제올림픽위원회)도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네덜란드 외에) IOC도 다녀왔다"고 밝혔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IOC 위원으로 활동하다 2017년 건강상의 문제로 사퇴했으며 이후 IOC 명예 위원으로 선출된 바 있다.
이날 이 부회장은 김포공항 마리나베이호텔에 마련된 임시생활시설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기업인 신속통로’(입국절차 간소화)를 통해 다녀와 자가격리 의무는 면제된다.
이 부회장이 코로나19로 잠시 중단했던 글로벌 현장 경영을 재개함에 따라 앞으로 기업인 신속통로(입국절차 간소화)가 허용된 베트남ㆍ일본 등 해외 현장 방문과 글로벌 기업들과의 교류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부회장은 이달 22일과 26일에 각각 경영권 불법 승계 문제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이 잡히고, 다음 달부터 두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만큼 재판 일정을 고려해 현장 경영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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