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성장과 함께 자라 민족주의 강한 90년대생
이욱연 교수 MBC 라디오서 "대응 수위 판단 필요"
최근 일부 중국 누리꾼들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한국전쟁 관련 발언에 강한 비난을 표출한 것을 두고 국내 중국 전문가가 1990년대에 태어난 이른바 '소분홍(小粉紅)' 세대의 과잉 민족주의에서 나온 대응이라고 분석했다.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는 1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아이돌 관련 이슈에는 대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누리꾼들이 활동한다"며 "어린 애라는 뜻의 '소분홍'이라고 부르는데, 중국에서도 비하하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부터 이들이 애국·민족주의 성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며 "중국이 꿈꾸던 그야말로 세계로 도약하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준 이벤트였는데, 소분홍 세대의 출생년도는 90년대로 중국이 세계적 대국, 경제강국이 될 때 같이 성장한 세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은 '우리도 대단한데 왜 니들이 우리를 무시하느냐'는 식의 중국에 대한 민족주의적인 자부심이 굉장히 강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는 한국전쟁을 '항미원조전쟁'이라 부른다"며 "중국 입장에선 미국과 중국이 싸웠는데 미국과 한국의 희생만 일방적으로 강요, 역사를 왜곡하고 중국을 모욕했다고 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소분홍'이라는 이름이 애국·민족주의 누리꾼들이 모이는 사이트가 본래 주로 여성들이 모여있었고 배경화면이 분홍색이라는데서 비롯됐다고 부연했다. 이어 '중국의 '일간베스트(일베)'라고 이해하면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우리가 이들의 과잉 민족주의적 대응에 어느 정도까지 대응할 것인가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봤다.
"중국 정부도 소분홍 통제, 광고 내린 삼성·현대차가 말려든 것"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무렵만 해도 여성들도 대거 참여하고 남녀불문이었는데, 특히 한국의 남성 아이돌을 타깃팅 할 때는 남성들이 대거 몰려든다"며 "한류에 반감을 갖는 젊은 세대가 꽤 있는데 중국에서 K팝 유행을 주도하는 그룹은 남성 아이돌이 많다보니 한국 아이돌을 공격하면서 중국 젊은 여성 팬들도 공격한다"고 했다.
이어 "슈퍼주니어 때부터 이런 사건이 빈발하고 있는데, (예명을 짓다 마오쩌둥을 연상케하는 '마오'를 언급했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았던) 이효리씨도 그렇고 최시원씨가 홍콩 시위를 지지했을 때도 그렇고 이들 젊은 세대가 계속해서 해온 것"이라며 "주로 중국에서 남성아이돌이 한류를 주도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폭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이 주장을 하면 극단적인 언론 매체들이 증폭을 시킨다"며 "(BTS 발언에 대한 중국 누리꾼 분노를 보도한) 환구시보는 일본의 산케이와 같은 언론"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중국 안에서는 이 언론에 대한 평가가 그렇게 높지(좋지) 않은데 한국에서 자주 인용하고 너무 띄워주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환구시보 보도를 '인민일보 자매지고 중국 공산당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식으로 인용하는데, 중국의 모든 언론은 다 기관지고 국가통제를 받지 않은 언론은 광동에서 나오는 몇 개 밖에 없다"며 "원래 다 당의 입김이 작용하고 국가정책에 따라가고 중국 언론이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우리가 어떤 부분에 타깃을 맞추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이슈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텐데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어떻게 보면 말려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분홍들이 이슈화하면서 현대차와 삼성이 광고를 내리지 않았나, 그러면 '이거 효과가 있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중국 외교부가 환구시보에 기사를 내리도록 조치했다는 것과 관련해선 "중국이 이번에 한국전쟁 관련 유해도 송환하는 등 70주년이라고 관리하고 있다"며 "소분홍이 한편으로는 중국 정부나 공산당을 돕기도 하지만 중국 이미지를 악화시켜 별 도움이 안 되는 짓을 하기도 하니 적절한 통제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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