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미래연구원, 역대 국회 법안 발의 및 처리 분석
20대 국회에서 의원 발의 법안(2만3,047개)은 민주화 이후 첫 국회인 13대 국회(570건)보다 약 40배가 늘었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중 최종 처리된 비율은 34.97%로 13대 국회(61.75%)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법안 발의 건수는 급증하지만, 정작 처리 비율은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발의 실적에만 매달리기 보다 법안 처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일보가 14일 입수한 국회 미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1대 국회 들어 지난 2일까지 의원 발의 법안은 3,928건이다. 이는 20대 국회 개원 직후 4개월간 의원 발의 법안 건수(2,376건)보다 1.6배 늘어난 수치다. 이 추세라면 21대 국회에 발의되는 법안 건 수는 최대 4만건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의원 발의법안에 정부 발의법안(1,094건)까지 합쳐 2만 4,141건이다. 발의 건수만 놓고 보면 미국(2만1,737건)과 비슷한 수준이고, 프랑스(2,043건) 일본(947건) 등과 비교해 압도적이다. 때문에 의원 1인당 검토해야 할 법안 수도 평균 80.5건으로 미국(40.6건)보다 2배, 프랑스(3.5건)보다 23배, 일본(1.3건)보다 62배나 많았다.
법안 발의 건수가 폭증하면서 법안 처리의 가장 중요한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각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심사 시간도 줄어들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임위별 법안소위에서 1건의 법안을 심사하는 시간이 17대 국회 23분, 18대 국회 19분, 19대 국회 18분, 20대 국회 13분이 걸린 것으로 분석됐다. 법안 처리의 최종 관문인 본회의 처리도 심도있게 이뤄지지 못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20대 국회를 기준으로 1번의 본회의가 열릴 때마다 평균 47.8건의 법안이 처리됐다. 영국(0.2건)이나 프랑스(0.7건), 미국(1.4건) 등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격차가 확연하다. 법안 심사의 평가 기준을 단순히 심사 시간과 비례해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심사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졸속 심사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건 사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의 ‘입법 폭증’ 원인은 다양하다. 미래연구원은 일단 △법안을 수치로만 평가하는 언론과 시민단체 평가 △의정활동의 성과를 과시하고자 하는 의원 개개인의 욕구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양적 수치로 보여주고자 하는 여야 공조 체제가 서로 결합해 만든 결과라고 분석했다. 박상훈 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이날 “질적인 측면에서 오히려 법안 통과를 손쉽게 달성하려는 근시안적 접근이나 입법 기술만 일반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면서 “더 많은 입법을 하는 의원보다는, 더 중요한 법안으로 충분한 심의를 거쳐 입법하는 의원이 높게 평가 받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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