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 입자 백신 '상한 밥'에 비유해 논란도
강기윤 의원 "상한 밥 국민들이 먹겠느냐"
이의경 식약처장 "잘못된 비유, 안전성 이상 없어"
백색입자 백신 신고부터 발표까지 6500명 접종
백색 입자가 발견돼 제조사 측이 자진 회수하기로 한 61만5,000개의 독감 백신 중 55만6,000개를 앞서 유통 과정에서 백신을 상온에 노출해 논란을 야기한 신성약품이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색 입자가 발견된 백신을 두고 ‘상한 밥’ 논란도 벌어졌다. 백색 입자 백신이 신고가 된 이후 발표까지 사흘간 6,500명이 접종한 것으로도 밝혀졌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기윤 의원(국민의힘)이 질병관리청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진회수 대상 백신 61만5,000개 중 55만6,000개는 신성약품이 유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성약품은 독감 백신 운송 중 2~8도 사이를 유지해야 하는 콜드체인을 어기고 상온이나 0도 미만(영하)에 노출시킨 사고를 일으킨 업체다. 정부는 이에 따라 백신 48만 도즈(1도즈는 1회 접종분)를 수거하고 국가 무료 예방접종사업을 2주간 중단시켰다. 이어 지난 9일에는 한국백신사의 ‘코박스플루 4가 PF주’ 일부에서 항원 단백질 응집체로 보이는 백색 입자가 발견돼 61만5,000 도즈가 회수되는 사건도 벌어졌다. 애초 두 개의 백신 사고 간에는 연관성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식약처는 각각의 물량에 교집합이 있다고 밝히면서 백색 입자 발생이 상온 노출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강 의원은 특히 ‘유통 중 외부 물리적 영향 등으로 인해 시간이 지나며 (백색) 입자가 커질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식약처는 흰색 입자 발생 원인을 백신을 담은 주사기로 추정하고 있으나, 이와 달리 백신 유통 과정에서 백색 입자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존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의원은 “상온 노출에 이어 백색 입자 발견으로 독감 백신의 검사, 유통 과정상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이날 식약처 국정감사에서도 강 의원은 “지은 밥이 상했더라도 그 안에 탄수화물 절대량은 똑같다”며 백색 입자 백신의 효용성과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백색 입자가 발견된 백신이 주사기와 백신 물질의 상호작용에 의한 것으로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식약처의 설명을 지적하면서다. 강 의원은 “과연 국민들이 상한 밥을 먹을 수 있겠느냐”며 “백신 효과에 변함이 없다, 안전하다고 해도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믿느냐”고 이의경 식약처장에게 따져 물었다.
이에 이 처장은 “국민께서 오해할까 봐 말하자면 상한 밥으로 비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과학자이자 약학 전공자로서 외부에서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았고 내부 단백질이 응집한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처장은 아울러 상온에 노출된 독감 백신과 백색입자 백신은 전혀 다른 사례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백신 안전성 여부와 별개로 보건당국의 백신 관리체계의 허점은 숭숭 뚫려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이날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독감 백신에서 백색 입자가 발견된 이달 6일부터 보건당국의 회수 발표가 있던 9일까지 문제의 백신을 맞은 국민은 6,479명에 달했다. 정 의원은 국감에서 "식약처가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 있지만, 국민적 신뢰를 잃었다고 본다"며 "오히려 먼저 국민께 알리고 나머지 조치를 하는 식으로 해야 했던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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