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사건 처리 보고했다 20분간 질책 이어져?
다음날 새벽 서울남부지검 인근 주거지서 목숨 끊어
직속 상관인 부장검사의 폭언ㆍ폭행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김홍영 검사가 사망하기 직전까지 부장검사에게 폭언을 들은 정황이 새롭게 드러났다. 유족 측은 가해 상관에 대한 수사 및 기소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16일 열리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 출석해 피해 사실을 진술할 예정이다.
13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김 검사 유족 측은 8일 피해 사실이 담긴 준비서면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준비서면에는 “김 검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날인 2016년 5월 18일 구속사건 처리와 관련해 퇴근시간이 다 될 무렵 부장검사실로 들어간 이후,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장이었던 김대현 전 부장검사의 폭언이 20분간 이어졌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 검사 유족 측은 국가 상대 손해배상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4년 전 김 전 부장검사를 상대로 실시된 감찰 조사자료를 확보했고, 김 검사가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상황을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당시 동료 검사와 직원들이 감찰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김 검사는 2016년 5월 19일 새벽 근무지인 서울남부지검 인근 주거지에서 목숨을 끊기 전날까지 자신이 담당한 살인 사건 처리를 두고 고민이 깊었다. 서울남부지검이 초임지인데다 형사부 검사 생활이 6개월여에 불과했던 김 검사는 피의자 구속 기한 만료를 앞두고 당시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장이었던 김 전 부장검사에게 수사상황을 보고했으나, 20여분간 부장검사실 바깥까지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질책을 당했다.
김 검사가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상황은 김 전 부장검사가 제기한 해임취소 소송에서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김 전 부장검사는 김 검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열흘 전에도 형사2부 소속 검사들을 부장검사실로 불러모은 뒤 “3개월이 지난 미제 사건을 왜 보고하지 않느냐”며 5~10분 가량 소리를 지르며 김 검사를 몰아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돌아오는 장기사건들이 목을 조인다” “물건을 팔지 못하는 영업사원들의 심정이 이렇겠지”라는 김 검사의 유서도 재판정에서 공개됐다. 김 전 부장검사가 회식 자리에서 손바닥으로 등을 강하게 때리는 수 차례 폭행을 가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 전 부장검사는 소송 당시 “엄격한 업무 스타일과 직설적인 성격으로 인해 후배들에게 다소 거친 표현이나 행동을 일부 한 적이 있다”면서 해임이 부당하다고 주장했으나, 지난해 3월 최종 패소했다.
16일 검찰 수사심의위에서는 김 전 부장검사의 가혹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인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전 부장검사 해임취소 소송 1심 재판부는 “김 전 부장검사가 단순한 훈계나 업무 차원의 질책 정도를 훨씬 넘어서는 폭언과 모욕적인 언사, 폭행 등을 반복해 (김 검사의) 검사로서의 명예까지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김 검사 유족을 대리하는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수사심의위에서 김 전 부장검사가 선후배 검사들 앞에서 김 검사를 모욕하는 등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을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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