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연구진, 미생물 유전자 편집해?
농사ㆍ벌목 부산물 속 당 이용 능력 높여?
바이오디젤 원료 생산 수율 2배 향상?
"상용화 단계로 빠르게 전환 가능"
올해 노벨화학상의 영예를 안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택배 박스에서 바이오 연료를 얻어내는 기술이 개발됐다. 화석 연료를 대체하기엔 아직 미흡한 바이오 연료 기술의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연구진이 버려지는 농업 부산물이나 종이, 택배 박스 등에서 바이오디젤의 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미생물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생태계에서 얻은 원료로 만드는 바이오연료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대두유 같은 식물성 기름이나 폐식용유를 화학적으로 처리해 생산하는 전통적인 방식만으론 원료 수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그래서 농사나 벌목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목질계 바이오매스)에서 미생물을 이용해 바이오 연료의 원료를 뽑아내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하지만 아직은 생산 수율이 낮아 널리 보급되진 못하고 있다.
미생물은 목질계 바이오매스에 들어 있는 당 성분을 먹고 체내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바이오디젤의 원료(미생물 오일)를 만들어낸다. 목질계 바이오매스에 포함된 당은 65~70%가 포도당, 30~35%가 자일로스인데, 자연에 존재하는 미생물은 대부분 포도당만 먹는다. 수율이 낮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생물의 유전자를 ‘편집’해 포도당뿐 아니라 자일로스도 먹어 체내에서 대사시킬 수 있도록 재설계했다. 그 중 우수한 개체를 선별해 다시 배양하며 자일로스 이용 능력을 향상시켰다.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진화 과정을 실험실에서 통제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미생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미생물은 기존보다 바이오디젤 원료 생산 수율이 2배 가까이 높아졌다. 이 미생물을 이용하면 같은 양의 목질계 바이오매스에서 기존 미생물보다 약 2배 많은 바이오디젤 원료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이 새로운 미생물 설계에 사용한 유전자 편집 기술은 바로 올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유전자 가위다.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원하는 대로 잘라내 필요한 기능을 강화하거나 제거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를 이용해 미생물 체내에서 일어나는 자일로스의 대사 흐름을 원활하게 바꿔 놓았고, 바이오디젤 원료의 합성 경로는 강화하면서 분해 경로는 차단하는 방식으로 생산 성능을 높였다.
연구를 총괄한 이선미 KIST 책임연구원은 “지속 가능하며 경제적인 방법으로 바이오디젤을 생산할 수 있고,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빠르게 상용화 단계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화석연료 기반 수송 체계의 기후변화 문제에 효과적이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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