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청소년 에르반(17)군은 지난달 서부자바주(州) 보고르에서 직업훈련을 받는 틈틈이 구글 지도를 검색했다. 기억이 또렷한 중부자바주 수라카르타(솔로) 일대를 찾아보다가 '스라겐'이라는 지명에 끌렸다. 그는 구글의 '스트리트 뷰(Street View)'로 스라겐 지역 거리의 실제 모습을 챙겨봤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600㎞ 넘게 떨어진 한 재래시장 풍경이 그를 얼어붙게 했다. "어릴 적 할머니가 데려가곤 했던 바로 그 시장"이어서다.
사실 에르반군은 다섯 살 즈음 거리에서 납치당했다. 전국을 떠돌며 길거리 공연을 하던 납치범은 에르반군을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속인 뒤 2년 넘게 거리에서 구걸용 공연을 시켰다. 그렇게 스라겐에서 솔로로, 다시 자카르타까지 오게 됐다. 자카르타 남쪽 보고르 이슬람사원에서 머물던 중 단속 위기에 처하자 납치범은 그대로 달아났고 에르반은 홀로 남겨졌다. 당시 7세에 불과했던 에르반군은 위탁가정을 거쳐 청소년보호시설에서 생활하며 보고르에 정착했다.
유년의 기억 속 재래시장을 발견한 뒤에야 에르반군은 사회복지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사회복지사는 에르반군에게 받은 재래시장 주소를 토대로 일대 여러 지방자치단체에 에르반군 사연을 전했다. 며칠 뒤 가족 사진 한 장이 에르반군에게 전달됐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아버지와 어머니 얼굴이 사진 속에 있었다. 결국 에르반군은 납치된 지 12년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13일 현지 매체 콤파스 등은 12년 전 납치됐던 아이의 가족 상봉을 '구글지도가 만든 행복한 결말'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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