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일(내달 3일)이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승리에 차츰 무게를 싣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이 상ㆍ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이른바 ‘블루웨이브’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거란 기대까지 커지는 상황이다.
이미 시장에선 미국 달러화가 2주 연속 약세를 보이고, 원화 가치는 올 들어 최고 강세를 띠는 등 발빠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재정정책 확대ㆍ미중 분쟁 완화 기대감 커져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달러당 6.5원 내린 1,146.8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ㆍ달러 환율 종가가 1,140원대로 떨어진 건 작년 4월 이후 1년6개월만이다. 한 달 전인 9월11일(1,186.9원)과 비교하면 40원이나 급락했다. 그만큼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른 셈이다.
이는 최근 위안화 강세 영향이 크다. 이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달러ㆍ위안 거래 기준환율을 전장 대비 0.0670위안(0.99%) 내린 6.7126위안으로 고시했다. 지난 9일 중국 역내 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6.6929위안까지 내려갔다. 5~7월만 해도 달러당 7위안을 웃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위안화가 최근 초강세를 보이는 셈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93.047로 추세적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의 달러 약세, 위안화 강세 현상은 시장이 미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의 승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어서다. 만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박빙 분위기라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가 강세겠지만, 시장이 바이든의 독주를 예측하면서 달러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UBS자산운용은 바이든이 이길 확률을 75%로 봤다.
바이든 후보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한다. 재정확대 정책은 달러화 공급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규모 경기부양을 주장하는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점령할 경우 이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국채 발행이 늘 것이란 전망에, 지난 6일에는 미국 30년물 국채 수익률이 장 중 한 때 1.6%까지 올랐다. 국채 수익률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민주당 승리를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채권값 하락에 앞서 장기 국채를 팔아 치운 것이다.
특히 바이든이 트럼프의 대(對) 중국 관세 정책에 부정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중 무역분쟁 역시 마찰 강도가 완화될 거라는 전망에 신흥국 통화에 대한 투자 심리도 되살아났다. 켄 청킨타이 미즈호은행 동아시아 재무부 수석 아시아 통화전략가는 “바이든이 트럼프의 대중 압박 정책을 지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위안화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임지훈 NH선물 연구원은 “지지율 격차가 확대되면서 미중 갈등 완화, 대규모 재정정책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 "블루웨이브, 금융시장에 우호적"
미국 월가 역시 트럼프보다 바이든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월가는 당초 바이든의 승리가 법인세 인상 등 증세로 이어져 증시 위험요인이 될 것으로 봤지만, 최근에는 인프라 투자 등 대규모 재정정책이 되레 시장과 기업에 도움이 돼 금융시장에도 우호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민주당이 상하원까지 장악하면 최소 1조달러 이상의 재정부양 패키지 여력이 커진다. 이는 경제 성장 급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보고서에서 “민주당의 블루웨이브가 신기하게도 증시 약세에서 강세의 촉매로 뒤바뀌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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