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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복원한 반달가슴곰 서식지에 '산악 열차' 놓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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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애써 복원한 반달가슴곰 서식지에 '산악 열차' 놓을 판

입력
2020.10.13 09:00
수정
2020.10.13 09:01
0 0

지리산 형제봉에 서식 뒤늦게 확인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 사업자 등 간과
강은미 의원 "사업 추진 중단해야"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이 4월말 지리산 일대 현장 조사에서 올해 14세인 반달가슴곰(관리번호 KF-27)이 새끼 암컷 2마리를 출산했음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은 새로 태어난 개체로 확인된 새끼 반달가슴곰.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이 4월말 지리산 일대 현장 조사에서 올해 14세인 반달가슴곰(관리번호 KF-27)이 새끼 암컷 2마리를 출산했음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은 새로 태어난 개체로 확인된 새끼 반달가슴곰.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개발을 추진 중인 지리산 형제봉 일대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반달가슴곰이 서식하는 게 확인됐다. 당초 반달곰이 살지 않는 것을 전제로 사업을 추진해 온 터라 사업 추진 여부와 방식에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5일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이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케이블카와 산악 열차, 모노레일 등이 설치될 지리산 형제봉 일대에 반달 가슴곰이 서식하는 게 확인됐다. 2017년 5마리, 2018년 4마리, 2019년 5마리, 2020년 8월 기준 4마리가 이곳에서 참나무류 열매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더해 위치추적기가 부착되지 않은 반달곰 개체도 활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공단 측은 분석하고 있다. 환경부는 2004년부터 약 280억원을 들여 지리산 일대에 반달곰 복원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그 결과 지리산과 덕유산 일대에 69마리(위치추적기 부착 25마리, 미부착 44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2015년 프로젝트, 기재부가 추진하며 본격화

정부가 개발 추진을 검토 중인 지리산 형제봉 일대에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이 서식하고 있는 게 뒤늦게 확인됐다. 색깔 점들은 연도별 반달가슴곰의 활동 흔적을 나타낸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 제공

정부가 개발 추진을 검토 중인 지리산 형제봉 일대에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이 서식하고 있는 게 뒤늦게 확인됐다. 색깔 점들은 연도별 반달가슴곰의 활동 흔적을 나타낸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 제공


하동군이 지리산 형제봉 일대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건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상기 당시 군수는 형제봉 일대를 스위스 산악 관광지인 융프라우처럼 만들겠다는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방비 150억원과 민간자본 1,500억원을 들여 지리산 형제봉(1,116m) 주변에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모노레일을 건설하고 호텔 등 휴양시설을 조성하는 대형 사업이다. 당시에는 윤 군수의 공약에 그쳤고, 산지관리법 개정 등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업은 더 이상 진척되지 못했다.

이 프로젝트가 재조명되기 시작한 건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2월 19일 '2020 경제정책 방향'에서 '규제 특례를 통한 산림휴양 관광 시범사례'로 꼽으면서부터다. 국유림인 해당 지역을 활용하기 위해 산업관광특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산악관광개발사업 허가기준을 완화시킨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이에 더해 기재부는 올해 6월 사회적 타협 메커니즘인 '한걸음 모델'의 산림 관광 과제로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학계, 전문가, 지역주민, 사업자, 관계부처가 참석한 산림관광상생조정기구를 조성했다. 이 프로젝트가 법적 규제를 비롯해 지역주민, 사업자 등 이해당사자 간 갈등으로 인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정부가 중재에 나선 것이다.

반달곰 사는지 알아보지도, 말하지도 않은...

지리산 형제봉 일대에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서식하고 있는 게 확인됐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 제공

지리산 형제봉 일대에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서식하고 있는 게 확인됐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 제공


문제는 논의 시작부터 사업 추진 지역에 반달곰 서식 여부가 간과됐다는 점이다. 하동군은 6월 '한걸음 모델' 1차 회의 당시 한 언론사 데이터저널리즘팀의 분석자료를 인용해 해당 지역에 곰이 출현하지만 주 활동범위에 포함되지는 않는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조정기구내 위원들 사이에선 프로젝트 추진 여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반달곰의 서식 여부를 확실히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결국 국립공원관리공단이 9월 4차 회의 때 와서야 조정기구에 해당 자료를 제출하면서 반달곰이 사업 추진 지역에 살고 있는 게 확인됐다.

사업 추진과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칠 반달곰 서식여부가 뒤늦게 확인된 데는 1차적으로 공동 사업자인 하동군과 대림건설에게 책임이 있다. 하동군 관계자는 "회의 초기 공단 측에 반달곰 서식 여부 자료를 요청했지만 곰 보호 측면에서 공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업자가 전문가 자문이나 모니터링 등 사업 추진을 위해 필요한 자료 확보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공단 측은 "공단 남부복원센터가 하동군으로부터 야생동물 모니터링을 위한 폐쇄회로(CC)TV 설치와 관련해 의견을 구하는 요청을 받은 바 있지만 반달 가슴곰 활동현황 등에 관한 자료는 아니었다"고 밝혀 사실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조정기구 내 위원이면서 반달곰을 관리하는 환경부와 공단 측 역시 사업에 영향을 미칠 해당 자료를 확보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공개해서 논의하기는커녕 함구하고 있었다는 점에서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이 4월말 지리산 일대 현장 조사에서 올해 14세인 반달가슴곰(관리번호 KF-27)이 새끼 암컷 2마리를 출산했음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은 새로 태어난 개체로 확인된 새끼 반달가슴곰.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이 4월말 지리산 일대 현장 조사에서 올해 14세인 반달가슴곰(관리번호 KF-27)이 새끼 암컷 2마리를 출산했음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은 새로 태어난 개체로 확인된 새끼 반달가슴곰.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이에 대해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환경부가 16년여간 수백억원의 자금과 인력을 들여 진행해 온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에 타 부처가 산림관광사업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적"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어 "반달곰 서식이 확인된 만큼 해당 프로젝트는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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