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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노 마스크 리더십'  트럼프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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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노 마스크 리더십'  트럼프와 닮았다

입력
2020.10.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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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연설을 하며 손을 번쩍 올리고 있다. (왼쪽 사진)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 백악관 블루룸 발코니에서 지지자를 대상으로 한 연설을 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평양=노동신문 워싱턴=AP 연합뉴스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연설을 하며 손을 번쩍 올리고 있다. (왼쪽 사진)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 백악관 블루룸 발코니에서 지지자를 대상으로 한 연설을 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평양=노동신문 워싱턴=AP 연합뉴스


"한 명의 악성 비루스 피해자도 없이 모두가 건강해 정말 고맙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미국은 끔찍한 '중국 바이러스'를 이겨 내리란 것을 여러분이 알아야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난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각각 평양과 워싱턴에서 수 많은 지지자를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투를 승리로 이끌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두 정상은 모두 '노마스크'(No mask)였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의 기본을 거부하면서 성과를 자신했다. 북핵 협상 과정에서 친서를 주고 받으며 브로맨스를 연출했던 두 정상이 코로나19 국면에서도 닮은 꼴의 '노 마스크 리더십'을 보여주는 셈이다.


방역 최우선? 마스크 한번도 안 쓴 김정은

김정은 국무 위원장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올해 1월 이후 공개 석상에서 단 한번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을 수행하는 간부들도 2, 3월 공개 행보 땐 마스크를 썼지만 4월 이후부턴 아예 벗었다. 지난 10일 수 만명이 모인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도 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간부들과 주민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북한이 그간 "코로나 환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해왔던 만큼 이번 열병식에서도 '코로나 청정국'임을 과시한 셈이다.

하지만 북한 지도부의 '노마스크' 행보는 이중적이다. 북한 당국은 올해 3월부터 모든 주민의 마스크 의무 착용을 지시할 정도로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전전긍긍해왔다. 북한 매체들도 마스크가 코로나19 차단에 결정적 효과가 있다며 시시때때로 주민들에게 홍보하고 있고 평양피복공장 등에서 마스크 생산을 대폭 늘렸다고 선전했다. 김 위원장이 겉으로 방역 성과를 과시하지만 속으론 북한 내부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뜻이다. 11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 집단체조 공연에서 김 위원장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지만, 관람석에 앉은 주민들은 모두 착용해 대조적인 모습도 보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당 창건 75주년을 경축하는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위대한 향도를 관람하고 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북한 지도부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지만, 관람석에 선 주민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당 창건 75주년을 경축하는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위대한 향도를 관람하고 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북한 지도부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지만, 관람석에 선 주민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스트롱맨의 리더십.....코로나 피해 축소의 위장술 성격도

김 위원장의 행보는 '노마스크' 대표주자 트럼프 대통령과 닮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열성 지지자들에게 다닥다닥 둘러싸여 연설을 할 때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그는 지난 4월부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권고한 마스크 착용을 한사코 거부해왔다. 지난 7월에서야 마지 못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이 권고를 어기기 일쑤다.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코로나19 특성상 최선의 백신이 마스크 착용이라는 전 세계 보건 전문가들의 권고와는 정반대 행보다.

두 정상의 '노마스크' 뒤에는 '스트롱맨'(strong man)을 자처하는 독불장군식 리더십이 자리잡고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서 지도자로서의 강인함을 보여주고 '코로나19가 별 것 아니다'라는 인상을 심어주고 싶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두 정상 모두 마스크를 쓸 경우 유약한 지도자로 비치는 것을 우려했을 것이란 얘기다.

'노 마스크'는 코로나19 피해를 덮기 위한 통치 기술로 일종의 위장술이라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독감에 비유하며 미국 내 코로나19 피해를 축소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북한 역시 '코로나 청정국'이라고 자랑하지만 실제 피해를 감추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블루룸 발코니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이후 처음으로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공개 행사를 열었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블루룸 발코니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이후 처음으로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공개 행사를 열었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노마스크 리스크...정치적 위기도 닮을까?

마스크를 멀리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이달 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호된 정치적 시련을 겪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부실대응이 도마에 오르면서 지지율도 곤두박질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러스 감염 뒤에도 마스크 착용을 멀리하지만, 이런 기행이 비판 여론을 더 부추기는 모양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그의 재선이 물 건너 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노 마스크'를 고수하는 김 위원장도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대북 제재에다 코로나19 피해와 수해까지 겹친 3중고로 인해 김 위원장은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연설에서 눈물까지 비치며 주민 달래기에 진력했다. 코로나19 역시 북한 내에서 확산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코로나 청정국이라고 허세를 떨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조한범 위원은 "북한도 과학적 방역와 경제 회복을 위해선 외부 자원 투입이 시급하다"며 "김 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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