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제패
… LPGA 통산 11승째ㆍ6시즌 연속 우승 진기록
김세영(27ㆍ미래에셋)은 생애 첫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 대회 우승을 결정할 KPMG 여자 PGA챔피언십 최종라운드를 하루 앞두고 잠을 설쳤다. 이번엔 꼭 우승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기 때문이다. 2015년 LPGA 투어 데뷔 후 10승을 거뒀지만, 메이저 대회에선 준우승에 2번 머물렀을 뿐 우승 트로피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지난해 여자 프로골프대회로는 역대 최다인 150만 달러(약 17억6,000만원)의 우승상금이 걸린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만난 자리에서도 “2020년엔 메이저 우승을 꼭 해보고 싶다”고 할 정도로 ‘메이저 퀸’을 향한 열망이 컸던 그녀다.
그런 김세영이 마침내 LPGA 투어 메이저 우승의 한을 풀었다. 김세영은 12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스퀘어의 애러니밍크 골프클럽(파70ㆍ6,577야드)에서 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43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쓸어 담아 7언더파 63타를 기록, 최종합계 14언더파 266타로 우승했다. 최종일 5언더파를 몰아친 2위 박인비(32ㆍKB금융그룹)를 5타 차로 제친 그는 우승 상금 64만 5,000달러(약 7억4,300만원)를 거머쥐었다. 잠을 설친 탓인지, 자신이 예상했던 시각보다 30분 정도 늦게 대회장에 도착했지만 여느 때처럼 빨간 바지를 입고 나선 최종라운드에서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최종라운드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7언더파 단독 선두로 최종 4라운드를 시작한 김세영의 추격자는 챔피언 조의 브룩 헨더슨(23ㆍ캐나다), 안나 노르드크비스트(33ㆍ스웨덴)가 아닌 앞 조에서 경기한 ‘메이저 7승’ 보유자 박인비였다. 세 타 차 4위로 김세영보다 앞서 경기를 시작한 박인비가 첫 홀(파4)부터 버디로 추격전에 불을 지폈는데, 김세영은 2번 홀(파4)에서 어프로치 실수로 그린 공략이 매끄럽지 못했다. 자칫 보기를 기록하면 경기 내내 흔들리기 쉬웠는데, 김세영은 차분히 어려운 파 퍼트를 성공하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김세영은 이 홀을 승부처로 꼽았다.
초반 9홀을 마칠 때까지 서로 ‘장군 멍군’으로 응수하며 나란히 보기 없이 3개의 버디를 잡아냈다. 승부는 후반에 갈렸다. 김세영은 13번(파4), 14번(파3) 홀에서 공격적인 핀 공략으로 버디 기회를 만든 뒤 놓치지 않고 타수를 줄여 박인비와의 격차를 4타로 벌렸다. 17번 홀(파3)에서 박인비가 장거리 퍼트를 집어넣으며 막판까지 힘을 냈지만, 김세영은 16∼17번 홀 연속 버디가 결정타가 됐다. 5타 차 선두를 유지한 채 18번 홀(파4)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침착하게 올리고 나서야 김세영은 환한 미소로 바짝 다가온 메이저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1998년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을 때 나도 메이저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는 김세영은 “메이저 우승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번 우승은 지난 두 차례 메이저 준우승이 좋은 약이 됐다. 그는 “이전엔 엄청나게 우승이 하고 싶어 (공을 향해)덤볐던 것 같다”며 “이번 대회는 냉정하고 침착하게 집중을 한 잘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라운드에 임하면서도 ‘마지막 라운드가 아닌 것처럼’ 끝까지 베스트 플레이를 하려고 했고, 그게 잘 이뤄졌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이번 대회 우승으로 박세리, 박인비도 해내지 못한 6시즌 연속 우승을 거둔 진기록도 세우게 됐다. 박세리는 2001~04년, 박인비는 2012년~15년까지 4년 연속 우승 거둔바 있었으나 5년 이상 연속 우승은 경험하지 못했다.
주최측은 김세영과 부친 김정일(58)씨의 영상통화 기회를 직접 마련해 축하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배려했다. 부친 김정일씨는 투박한 영어로 축하 인사를 전한 뒤 엄지를 치켜들며 “세영아, 정말 멋진 게임이었어!”라며 감격을 전했다. 그의 플레이에 감탄한 건 이날 추격전을 벌인 박인비도 마찬가지. 준우승을 거둔 박인비는 김세영을 향해 “아직 메이저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은 플레이를 했다”며 극찬했다. 김세영 다음 과제는 내년으로 예정된 도쿄올림픽 금메달이다.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한국 선수 가운데 고진영(25ㆍ솔레어)에 이어 두 번째 높은 위치에 있는 김세영은 이번 우승으로 내년 도쿄올림픽 진출에 성큼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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