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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식 ‘착한 정책’ 기본 대출권… 정부ㆍ한은 모두 “이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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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재명식 ‘착한 정책’ 기본 대출권… 정부ㆍ한은 모두 “이건 아니다”

입력
2020.10.12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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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사 "누구나 장기 저리대출 받아야" 주장
추경호 의원실 질의에 정부ㆍ한은 부정적 반응
"민간 금융시장 구축ㆍ도덕적 해이 발생 우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도입을 주장한 기본대출권. 이 지사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도입을 주장한 기본대출권. 이 지사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제안한 '착한 정책' 기본대출권(장기 저리대출 보장제도)에 대해 정부와 통화당국이 모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정부가 일부 손실을 부담하면서 저신용자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면 '차입 비용'을 줄여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있지만, 민간 금융기관의 역할을 침범하고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는 등 부작용이 더 크다고 본 것이다.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대출' 제도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느냐"는 공통 질의에 대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의 답변을 공개했다.

이 지사는 지난달 12일 페이스북에 “국가의 서민대출 금리 마저도 17.9%에 달한다”며 “일부 미상환에 따른 손실은 국가가 부담해 누구나 저리로 장기 대출을 받는 복지적 대출제도 ‘기본대출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세 기관 모두 부정적이었다. 다만 반대 이유는 조금씩 달랐다.

‘기본대출권’에 대한 각 기관별 입장

‘기본대출권’에 대한 각 기관별 입장


정부 “시장-정책 역할 분담해야”

경제부처 '콘트롤타워'인 기재부는 "민간 금융시장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우회적인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기재부의 이 같은 답변에는 정부가 민간 금융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면 시장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책 서민금융을 무한정 늘리는 데는 재정에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이 낮은 이자로 대출을 해 줄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지난 2018년 12월 발표한 서민금융체계 지원 방안에서 “민간 서민금융 시장 발달이 지연되면서 중ㆍ저신용자에 대한 정밀한 신용평가와 금리설정 능력이 미흡해 ‘중금리 공백’이 발생한다”고 금리 양극화 원인을 지목한 바 있다.

당시 정책 서민자금 공급과 관련해서도 “시장기능과 정책 기능간 역할 분담이 불분명해 오히려 민간 서민금융시장 발달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위도 기본대출이 민간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금융위는 “정책서민금융의 목표와 재정부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정책 서민금융이 서민 등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 제고를 위해 민간 서민금융시장을 구축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서민금융에 대한 지원방안이 이미 마련돼 있다는 시각도 바탕에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해 서민금융 공급 규모를 7조2,000억원에서 8조6,000억원으로 늘린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에서 20% 이상의 높은 금리를 부담하던 ‘최저 신용자’도 최소한의 기준만 통과하면 정책 서민금융인 ‘햇살론 17’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착한정책’이 모럴 해저드 부를수도

통화당국인 한국은행 역시 기본대출에 부정적이다. 다만 민간 금융시장과의 경합을 우려하는 기재부ㆍ금융위의 입장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한은은 추 의원의 질의에 “특정인의 발언문구 하나하나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부정적인 측면을 언급했다. 한은은 “취약계층 차입비용이 상당폭 줄어드는 효과가 있지만 재정부담 증가, 도덕적 해이 등도 나타날 수 있다”며 “편익ㆍ비용에 대한 엄밀한 평가와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이미 정부의 정책 서민금융상품에 대해서도 “서민의 채무구조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본지 9월 16일자 1면 보도)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 결과 햇살론, 새희망홀씨 이용자들은 대출 후 1년 가량 지나면 오히려 더 많은 고금리 대출을 이용했고, 결국 채무조정 제도를 이용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연구를 주도한 오윤해 KDI 연구위원은 “저금리 정책서민금융의 단순 공급만으로는 장기적인 채무구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정책서민금융상품의 공급 규모와 역할을 줄이고 민간 서민금융시장의 육성 방안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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