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세차례나 울먹이고 눈물
3중고 고난 속 내부 결속 안간힘
"우리 인민들에게 터놓고 싶은 마음속 고백은 '고맙습니다' 한마디뿐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연설에서 3중고(대북제재ㆍ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ㆍ수해)로 인한 어려움을 인정하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견뎌내 줘 고맙다고 말하며 3차례나 울먹였다. 그는 연설 도중 안경을 벗고 눈물까지 훔치는 모습을 보였다. '애민 지도자' 이미지를 극대화해 주민 달래기에 나선 것이지만, 역으로 보면 북한의 내부 상황이 그만큼 어려워 내부 균열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18차례나 "고맙다" "감사하다"
김 위원장의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연설문의 핵심 키워드는 '고맙다'였다. 6,000여자 분량의 연설에서 '고맙다'(12회)와 '감사'(6회)라는 말이 총 18회나 등장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방역과 수해 복구에 앞장섰던 인민군 장병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며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쳤다. 수해 피해지역 복구에 동원된 평양 주민들을 '고마운 애국자들'이라고 치켜세울 땐 목이 메어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대중연설에서 눈물을 흘린 건 초유의 일이다. 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장례식이나 내부 행사에서 눈물을 보인 적은 있긴 하지만, 국민을 대상으로 한 대중 연설에서 울컥하며 눈물까지 훔친 건 처음이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는 이런 일이 전혀 없었고 김일성 주석 때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현재 상황을 '엄청난 도전과 장애' '온갖 재앙' '사상 초유의 대재앙' 등으로 표현했다. 장기화된 대북제재에 코로나19, 수해 등이 겹쳐 '고난의 행군' 시기에 비견될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제가 전체 인민 신임 속에 이 나라를 이끄는 중책에 있지만, 아직 노력과 정성이 부족해 우리 인민이 생활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현 상황을 자신의 탓이라고 자책했다.
올 한 해 북한이 자랑한 단 하나의 성과는 '코로나19 방역'이었다. 김 위원장은 "세계적인 악성 비루스(코로나19) 재난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민들이 무탈해 너무 고맙다"고 연거푸 강조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악의 상황에서 방역 성과를 내세워 당 창건 75주년 행사를 자신을 향한 결사옹위, 주민결속, 일심단결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것"이라며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김 위원장의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전문가인 김근식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은 "어렵고 힘들지만 견디고 가자는 감성적 접근으로 인민의 동의를 확보하려는 새로운 통치기법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고지도자가 인민을 향해 자세를 한껏 낮춘 건 북한의 내부 사정이 그만큼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3중고의 어려움이 장기화하면서 민심 이반이 심상찮게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북한 당국은 내년 1월 예정된 제8차 당대회를 열 때까지 일종의 허리띠 졸라매기인 '80일 전투'까지 선포했다. 주민들의 추가 희생을 독려해야 하는 까닭에 김 위원장의 고민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 연설문에선 손 필기로 문구를 수정한 흔적도 포착됐다. 김 위원장이 본인의 생각과 감정을 담기 위해 직접 연설문을 손질한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공개 연설의 상당 부분을 감정에 호소해야 할 만큼 통치 스트레스가 크다는 뜻"이라며 "3중고 고통을 주민들이 얼마나 견딜지, 내부 결속에 균열이 생기진 않을지 우려하는 모습이 우회적으로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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