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19세 소녀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ㆍ54위)가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에서 단 한 세트도 내어주지 않고 완벽하게 정상에 올랐다. 무서운 실력으로 우승컵을 따낸 시비옹테크는 경기 후 "고양이가 이 모습을 봤으면 한다"며 때묻지 않은 우승 소감을 해 미소를 자아냈다.
시비옹테크는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끝난 프랑스오픈(총상금 3,800만유로) 마지막날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6위 소피아 케닌(22ㆍ미국)을 2-0(6-4 6-1)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 7경기에서 무실세트 승리를 거두며 이룬 우승이다. 시비옹테크는 "이 우승컵을 품에 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면서 "인생을 변화시킬만한 아주 큰 사건이고, 내가 역사를 써냈단 (감개무량한)느낌이 든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조정 종목에 출전했던 아버지의 운동신경을 물려받은 시비옹테크는 언니를 보고 테니스를 시작했다. 현재 시비옹테크는 학업과 운동을 함께 하는 세미 프로선수에 가깝다. 그의 등교 시간을 고려해 훈련을 오전 7시에 시작한다는 시비옹테크의 코치는 "엄밀히 말하면 세미 프로선수"라며 "보통 학생처럼 공부하는데, 아직 테니스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력도 많지 않다. 2018년 윔블던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하고, 지난해 프랑스오픈과 올해 호즈오픈에서 16강에 오르기도 했지만 아직 WTA 우승 경험은 없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우승컵을 든 시비옹테크는 "고양이가 봤으면 했는데 여기 없으니, 집에서라도 지켜봤으면 좋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2년 전에 마지막으로 우승한데다가, 누구에게 감사를 표해야 할지 잘 몰라 소감 발표가 서툴다"며 "다른 말을 했어야 했나"라며 자문하기도 했다. 영국 BBC방송은 "언론 노출이 잦고 경험이 많은 챔피언들은 재빨리 스폰서 회사ㆍ대회 조직위ㆍ팀 멤버 등의 이름을 줄줄이 나열하는데, 시비옹테크는 고양이 이야기를 했다"고 평했다.
16강에서 톱 시드 시모나 할레프(29ㆍ2위ㆍ루마니아)를 만난 시비옹테크는 그를 2-0으로 완파하며 치고 나갔다. 시비옹테크는 WTA투어 세계랭킹이 산정된 1975년 이후 가장 낮은 순위로 결승전에 진출했지만 주눅들지 않았다. 올해 호주오픈 우승자 케닌을 상대로 시작부터 앞섰다. 1세트 게임스코어 3-0으로 앞서가던 시비옹테크는 실책을 연발하며 따라 잡혔다. 그러나 곧바로 상대 서브를 브레이크하며 다시 승기를 가져왔다. 2세트는 먼저 서브게임을 내어주고 주춤했으나, 이후 한 게임도 빼앗기지 않으며 1시간 24분 만에 승리를 확정지었다.
그가 폴란드인으로선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손에 쥐자 축하가 쏟아졌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 계정에 "폴란드와 폴란드 스포츠, 폴란드 테니스에 역사적인 날을 선사한 시비옹테크에게 감사하다"고 적었다.
첫 승을 쌓은 시비옹테크는 프로선수와 학생의 갈래에서 머지 않아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그는 "만약 내가 톱10 안에 들고, 메이저대회에 나설 실력이 된다면 대학에 갈 시간이 없을 것 같다"면서 "그러나 몇 년 동안 톱100에 머문다면 대학을 갈 것 같다"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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